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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코로나19로 항공편 끊기자 9m짜리 보트로 대서양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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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한 섬에 발 묶여있던 40대

90세 생신 맞는 아버지 만나기 위해

아르헨티나까지 85일에 걸친 항해

[경향신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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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머물던 한 40대 남성이 90세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홀로 9m짜리 작은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고국인 아르헨티나에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항공편이 모두 끊기자 85일에 달하는 항해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지난 3월 혼자 대서양을 건너 고국에 도착한 후안 마누엘 바예스테로(47·사진)의 사연을 소개했다.

코로나19 봉쇄조치로 포르투갈의 한 섬에 갇힌 바예스테로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탄 베테랑 선원이었다. 그는 90세 생신을 맞는 아버지를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난 3월 9m짜리 보트에 참치통조림, 과일, 쌀을 싣고 아르헨티나로 향했다. 포르투갈 당국은 항해 도중 무슨 일이 생겨도 재입항을 허가하지 않겠다며 만류했지만,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아프리카 서안의 섬나라 카보베르데에서 입항을 거부당하면서 첫 위기가 왔다. 음식과 연료가 부족했지만 돌아갈 곳이 없어 계속 남쪽으로 나아갔다. 몇달간 먹어야 하는 통조림 음식에 질리기도 했다. 그는 매일 30분간 라디오 뉴스로 코로나19 상황을 들으며 고독감을 달랬다. 보트 주변에 모여드는 돌고래 떼를 보고 위안을 얻기도 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브라질 중부 비토리아에서 240㎞ 떨어진 곳에서 험한 파도로 보트가 파손됐고, 브라질에서 열흘간 보트를 수리해야 했다. 그는 브라질에 머무는 동안 친구들의 권유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마지막 항해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그가 목숨을 건 항해 끝에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마르델플라타 항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유명인이 되어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72시간 후에 가족들과 재회했다. 당초 예상보다 열흘이 더 걸려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아르헨티나 ‘아버지의날’인 21일에 맞춰 집에 들어왔다. 바예스테로의 아버지는 “아들이 항해 도중 50여일간 연락이 끊겼을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무사히 항해를 마칠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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