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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버핏 회사채까지 샀다, 링거 놓기 시작한 미 F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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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5100억원 규모 매입

AT&T·MS·코카콜라 등 86개 기업

애플·도요타 회사채도 살 계획

파월 “대량해고 막기 위해 필요”

올 회사채 발행 1조 달러 78% 급증

중앙일보

파월 Fed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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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채권 시장에서 직접 회사채를 사들인 금액과 해당 기업의 명단을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미 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서다. Fe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 3월 회사채 직접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은 기존에 회사채를 매입하고 있었지만 Fed가 회사채 직접 매입에 나선 것은 107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Fed의 역할이 월가의 ‘최종 대부자’에서 실물경제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구원투수’로 확대된 셈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Fed는 지난 16일부터 86개 기업에서 4억2900만 달러(약 5100억원)의 회사채를 사들였다. 이 중에는 AT&T와 코카콜라·마이크로소프트·나이키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포함됐다. 특히 AT&T와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회사채 매입은 각각 1640만 달러로 가장 컸다. 버크셔헤서웨이 에너지도 Fed가 회사채를 매입한 기업 명단에 올랐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헤서웨이가 지분의 90%를 보유한 기업이다.

Fed는 또 애플·월마트·엑손모빌 등의 회사채도 조만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ed가 밝힌 회사채 매입 대상 700여 곳 중에는 도요타자동차와 폴크스바겐·다임러 등 외국 회사의 미국 현지법인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Fed는 68억 달러의 채권 상장지수펀드(FET)도 보유하고 있다. Fed는 기업들의 부채를 매입하는 데 최대 7500억 달러까지 투입할 수 있다는 계획을 공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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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회사채 매입 얼마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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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회사채 매입을 업종별로 보면 소비재가 가장 큰 35.75%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금융·보험(11.11%)과 테크놀로지(10.14%)·유틸리티(9.42%)·에너지(8.45%)의 순이었다. Fed는 특정 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회사채 시장의 기준 지표에 따라 다양한 업종과 기업을 골고루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Fed가 투자등급 기업이 아닌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투자등급을 유지했던 기업에는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포드자동차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렸다. 하지만 Fed는 포드도 회사채 매입 대상에 포함했다.

정치권 등에선 회사채 시장이 상당 부분 회복된 것을 고려하면 Fed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의회에 출석해 “이미 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은 계속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대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으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이 해당 기업에 별도의 고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

Fed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무제한 돈풀기’에 나섰다. 지난 2월까지 연 1.5~1.75%였던 기준금리는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0~0.25%까지 내렸다. 그러면서 2022년 말까지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미 국채를 사실상 무제한 사들여 시중에 달러를 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Fed의 적극적인 뒷받침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비교적 낮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금액은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급증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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