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필동정담] 추다르크 vs 추장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권력형 부패 수사로 2016년 '세계 50인 지도자'에 뽑혔던 세르지우 모루 브라질 법무장관이 지난 4월 대통령 직권 남용을 이유로 사임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신의 아들 2명과 측근 비리에 대한 연방경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샐리 예이츠 미국 법무장관 대행도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거부했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예이츠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7개 이슬람국가 입국금지 행정명령과 관련된 소송에서 "행정명령이 합법적이지 않다"며 정부를 변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가 수시간 만에 경질됐다. 이처럼 법무장관은 대통령이나 소속 정파의 이익보다 진실 규명과 정의 수호에 앞장서야 하는 힘든 자리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측근에게 맹공을 퍼부어 논란이 거세다. 법무장관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소신을 밝힐 수는 있다. 하지만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이나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회계부정 의혹 등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도 않은 의혹 사건만 문제 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추 장관은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 때 "수사팀을 감찰하겠다"고 압박하는가 하면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공개를 막기도 했다.

이런 추 장관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성에 대한 친문 지지층의 의심을 걷어내고 차기 대권에 출마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친문 커뮤니티에는 추 장관을 '추다르크'로 부르며 "인사권자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등 지지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법무장관(Minister of Justice)'에 맞지 않는 편향적인 태도는 자칫 다수 국민의 반감을 불러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추 장관이 '친문 세력의 사설흥신소'(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아닌 진정한 추다르크가 되려면 '내 편 감싸기'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