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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World & Now] 눈앞에 다가온 韓·日 최저임금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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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본에서도 올 10월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26일 시작됐다.

일본 최저임금은 노사정이 논의해 통상 7월께 내놓는 가이드라인을 각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생계비, 인력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정한다. 지역별로 다르고, 동일 지역에서도 산업별로 차이가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01엔(전국 가중평균)으로 현재 환율(100엔당 1118원)을 적용하면 1만73원이다. 도쿄가 1013엔(약 1만1325원)으로 가장 높고 아오모리·가고시마 등 15개 현은 790엔(약 8832원)이다. 일본 47개 광역지자체 중 한국(8590원)보다 낮은 곳은 없다.

첫 만남을 가졌을 뿐이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정부 대표로 참여한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고용 유지, 사업 지속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측 대표단으로 참여한 미우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중소기업 타격이 큰 상황에서 동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노조 대표인 고우즈 리키오 렌고 회장은 "사회안전망 확충이 더 중요한 때에 최저임금 인상이 그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일단은 반대했지만 결국 예년보다 낮은 수준에서 합의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경기가 워낙 나빠서다. 민간경제연구소에선 올 2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이 연율 기준으로 -23.02%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이후 정부 압박으로 매년 최저임금 3% 인상이 이뤄지면서 재계 부담이 이미 크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올해도 법정시한(29일)을 넘긴 한국 최저임금 논의는 일본과는 사뭇 다르다.

민주노총에선 25.4% 인상된 1만770원을 들고나왔다. 한국노총도 당황한 수치지만 민노총에선 지난해 인상 폭(2.9%)이 낮았던 만큼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2018년과 2019년 각각 16.4%와 10.9% 인상됐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년간의 급격한 인상(2017~2020년 32%)이 오히려 실업률을 높였다는 평가에 대해선 귀를 닫은 듯싶다. 렌고가 같은 기간 최저임금 9% 상승으로 인해 재계 부담이 커졌다는 점에 공감하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민노총 주장대로 인상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일본을 추월하게 된다. 일본이 최저임금을 3% 인상해도 한국에 비해 395원 적은 928엔(약 1만375원)이다. 광역지자체별로도 도쿄, 오사카, 가나가와현 3곳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보다 최저임금이 낮아진다. 한국은 일자리가 없고 일본은 일손이 부족한 현실과 최저임금은 정반대로 움직이는 셈이다. 민노총은 작년 말 제1노총에 올라섰음을 공식 선언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민노총이 보여준 모습은 염려가 앞선다. 민노총 스스로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진 제1노총의 모습을 고민할 때다.

[도쿄 = 정욱 특파원 woo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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