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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매경포럼] 혁신이 창출하는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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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전 세계 상장기업 중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올해 초부터 이달 17일까지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오른 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테슬라, 텐센트, 페이스북, 엔비디아, 알파벳(구글 모회사), 페이팔, T모바일이 톱10에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이들의 시총 증가액을 합치면 1조5000억달러에 육박한다.

많은 기업이 사업 규모를 줄이고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과 달리 이들은 코로나19를 비즈니스 확장 기회로 삼고 있다. 아마존과 MS는 올해 들어서만 인수·합병(M&A)을 여러 건 성사시켰고 수십만 명을 신규 채용했다. 흥미로운 점은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와 고성능 그래픽 칩을 생산하는 엔비디아를 빼면 모두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시총 증가 100대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플랫폼 사업자의 약진을 더 실감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과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 요가복 업체 룰루레몬, 로레알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거나 플랫폼을 지원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속한다. 이제 플랫폼 없는 비즈니스는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 된 셈이다.

플랫폼 기업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는 배경에는 소비 패턴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상품과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구매한 뒤 오프라인에서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는 대세가 됐다. 서울연구원이 29일 발표한 '2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비대면 경제'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1200명 중에서 74.7%가 비대면 소비 활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배달의민족, 쿠팡 등 배달 앱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한 주에 평균 2~3회 이용했고,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비대면 소비 활동을 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O2O 시장은 뜨거운 분야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O2O 서비스 사업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2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4% 성장했고 거래액도 97조원으로 22.3% 늘었다. 550여 개 O2O 기업이 있고 이들이 구축한 플랫폼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34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O2O 서비스 종사자도 53만7000명에 달했다. 음식·식품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42.3%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생활 서비스와 숙박, 레저, 물류, 부동산, 인력 중개 등 여러 업종에서 골고루 고용 효과가 나타났다. 한국능률협회에 따르면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원은 3만2000여 명으로 2016년 이후 연평균 89.9% 증가했다. 음식 배달 수요가 급증하며 이들의 1인당 연평균 소득도 20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 초반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플랫폼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독점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을 보면 알 수 있다. 작은 플랫폼은 사라지거나 큰 곳에 합병된다. 정부가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이유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된 플랫폼 사업자가 수수료와 판촉비 전가, 가격 조정 압박 등 불공정 행위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제는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각살우하는 잘못을 범할까 걱정이다. 굳이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면 불공정 행위만 걸러내야지 사업 자체를 위축시키면 안 된다. 무엇보다 혁신 기술이나 신개념 서비스를 막아선 곤란하다.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개척하는 플랫폼 기업의 혁신 활동은 많은 일자리 창출을 동반한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플랫폼 사업마저 지나친 규제로 쪼그라들게 하면 어디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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