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9] 불안감을 키우는 과도한 자기 감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마음에도 감찰(監察) 기능이 있다. 대화라고 하면 당연히 타인과의 소통이 떠오르지만 우리는 나 자신과도 ‘내적 대화’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내적 대화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내 욕구, 감정, 생각 그리고 행동에 대한 감찰 활동이다. 친구 앞에서 자랑을 너무 한 것은 아닌지 하는 가벼운 감찰에서, 누군가를 저주하고 싶은 분노의 감정처럼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감금시켜야 하는 사안까지 내적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감찰하고 있다.

부적절한 감찰이 이루어지면 해당 조직의 발전에 오히려 해를 주게 되는데 마음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자기 감찰은 자유로운 표현을 위축시키는 등 삶의 자유를 제한한다. 전반적인 불안감이 늘어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예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행복을 현재에 이루어진 삶의 결과물에서만 느끼는 것 같지만 그 이상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예상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연주가가 '오늘 공연에서 연주를 듣고 사람들이 즐거워할 걸 생각하니 벌써 행복하다'란 긍정적인 예상만으로도 상당한 기쁨을 경험한다. 그런데 오늘 연주를 실수해 망신을 당하면 어떡하느냐는 쪽으로 자기 감찰이 과도하면 무대 공포증마저 찾아올 수 있다.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는 잘살고 있는데 정작 자신의 마음은 행복하지 않다고 호소하는 분 중에 '스스로에 대한 평가 기준이 잘못된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마음을 감찰한다는 것은 내 마음 안에 기준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이 기준이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회의에서 다른 사람도 이야기하게 좀 조용히 하라고 꾸지람을 듣는 경우 각자의 기준에 따라 감찰 결과가 달라진다. 상사의 이야기를 잘못된 권위적 행동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무시했다는 감찰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어떡해서든 그에게 맞서야 한다는 생각에 같은 의견을 가진 세력을 모을 수도 있고 '뒷담화'하며 분노를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상사에게 칭찬을 듣는 것이 중요한 기준점인 경우는 내 약점이 노출되었고 이제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자신의 약점이 드러났다는 수치심과 더불어 이제부터 말을 더 줄이고 조심하겠다는 행동이 이어지게 된다.

내 기준이 자신과 주변을 불편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오류는 혹 없는지,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자신과의 내적 대화를 한 발짝 물러서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거리 두기(distancing) 능력을 갖추었는지가 마음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