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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유럽 녹색당 급부상… 녹색-보수 연합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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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방선거서 녹색당 선전…마크롱 정부에 큰 타격

아일랜드 녹색당은 중도보수 정당들과 연립정부 구성

독일에서도 녹색당 지지율 2위…‘녹색-보수 연정’ 시대 눈앞


한겨레

유럽에서 녹색당의 부상이 거세지고 있다. 28일 실시된 프랑스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보르도 시장 후보로 출마한 유럽생태녹색당의 피에르 위르미크(가운데)가 당선이 확정된 이후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보르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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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이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유럽에서 녹색당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28일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시장 후보들이 주요 대도시에서 승리했다. 또 오스트리아에 이어 아일랜드에서도 녹색당이 우파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녹색당에 적대적이던 보수 정당들이 녹색당과 손을 잡는 현상은 꽤 이례적인 것이다.

28일 프랑스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유럽생태녹색당(EELV) 시장 후보들이 리옹, 보르도, 스트라스부르 등 주요 대도시에서 승리했다고 <프랑스24> 방송 등이 전했다. 녹색당의 지지를 받은 사회당의 안 이달고 파리 시장도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유럽생태녹색당은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일으킨 바람을 이어가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집권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는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르아브르 시장에 당선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쥘리앵 바유 유럽생태녹색당 대표는 “오늘 생태주의의 놀라운 도약이 이뤄졌다”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생태적 전환을 이룰 수단을 확보해 기쁨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아일랜드에서는 지난 26일 녹색당이 중도우파 양대 정당인 ‘피너게일’ ‘피아나팔’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두 우파 정당이 연정을 구성한 것도 처음이지만, 녹색당이 보수 정당들과 손을 잡은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녹색당은 연평균 배출가스 7% 감축,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 등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자 연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녹색당의 아일랜드 연정 참여는 유럽에서 새롭게 떠오는 ‘녹색 보수’(Greencon) 연합이 힘을 얻어가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에는 중도 우파 정당인 오스트리아 국민당이 녹색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한편으로 반이민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지만,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모두 흡수하는 것)을 이룬다는 야심 찬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유럽 녹색당의 부상은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퇴조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좌파의 대표 자리를 차지했던 사민당들이 힘을 잃으면서 기후변화 등 환경 의제를 적극 제기하는 녹색당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도시 녹지 공간과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수단의 확대 요구가 높아진 것도 녹색당의 부상에 한몫하고 있다.

녹색당과 우파 정당의 제휴는 우파 정당의 변화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우파 정당들은 녹색당이 성장을 거부하고 책임감이 없다는 이유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보수 정당이 과거보다 진보적인 색채를 띠면서 녹색당을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녹색당도 변화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녹색당들은 성장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인정하는 등 좀 더 현실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녹색 보수’가 유럽에서 확고한 주류로 자리잡을지 여부는 내년 8월 이후로 예상되는 독일 총선을 계기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기독교민주연합(CDU) 소속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선언을 함으로써 녹색당의 오랜 요구를 수용했다. 또 현재 6개 지방정부에서 여당인 기민련과 녹색당이 연립정부에 함께 참여해 권력을 나누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독일 녹색당이 여론조사에서 기민련에 이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내년 독일에서 녹색-보수 연정이 등장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내다봤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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