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8 (화)

중소기업들은 왜 가족경영을 할까 (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기야사-43] 안녕하세요? 매일경제에서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이덕주 기자입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사를 쓰다보면 많이 마주하게 되는 비판은 중소기업의 가족경영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대주주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흔한데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이 많기 때문입니다.

매일경제

가장 성공한 가족기업 운영자인 이분은 국가도 가족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백악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가족경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중소기업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그룹도 가족경영기업으로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으로 정의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34곳 중 가족경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곳은 미래에셋, 카카오, 포스코, 농협, KT, S-Oil, 대우조선해양, KT&G, 대우건설 등 8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창업주나 창업2세가 중대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고, 그 후손도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족기업이 아닌 경우가 오히려 더 적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포천 500대 글로벌 기업 중 3분의 1 이상이 가족기업입니다. 미국에서는 월마트, 에스티로더, 유럽에서는 H&M, 노바티스, 로레알, 머크, LVMH, 폭스바겐, BMW, 프라다 같은 곳이 대표적인 가족기업입니다.

어떤 경우를 가족경영이라고 봐야 할까요? 예를 들어 영세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중에는 가족경영이 많습니다. 가족이 집안일을 돕는 것처럼 함께 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영세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가족을 동원하는 중소기업을 큰 기업들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가족경영이란 결국 창업자의 자녀가 대주주가 되어서 대표이사나 혹은 대표이사와 같은 영향력을 갖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즉 다음 세대에 기업을 승계하는 기업을 가족경영 기업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매일경제

다우키움그룹은 1986년에 세워진 벤처 세대에 속한 기업이지만 2세 경영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제공=다우기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대기업에 비하면 가족경영이 더 적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가족경영이란 것도 결국 물려줄 자녀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세대가 보통 30년 정도 차이가 있고 창업자들이 30~40세 정도에 창업을 한다고 본다면 적어도 만들어진지 20~30년은 된 기업이어야 가업승계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빨라도 2000년 이전에 만들어진 기업이어야 가업승계를 얘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벤처기업으로 부르는 1990년대 말 등장한 기업들과 네이버, 카카오, NC소프트, 넥슨과 같은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자녀에게 가업승계를 하기엔 아직 이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기업들은 창업 세대의 문화가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것과 거리가 멀기는 합니다.

결국 가족경영 형태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1950~1960년대에 세워진 오래된 기업인 것처럼 가족경영을 하는 중소기업도 기업 업력이 20~30년은 된 기업이어야 하고 대부분 혁신적인 신산업에 속한 기업보다는 제조업이나 건설업, 외식업, 교육업 등 전통산업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부분인 소상공인을 제외하고, 이 중에서 창업 업력이 짧은 기업을 모두 제외하면 실제 가족경영 형태의 중소기업 숫자는 훨씬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족경영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어떤 모습일까요? 많은 경우 지분 구성이 창업자와 가족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작은 개인기업으로 시작했다가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가족 이름으로 회사 주식을 사주는 형태입니다. 아마도 당시에는 이렇게 회사가 크게 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또 어느 정도 상속도 염두에 두었을 것 같습니다. 워낙 작게 시작하다보니 회사의 이사나 감사도 가족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런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1980년대 이전에 창업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창업하는 기업들처럼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일경제

당신이 장가 회장이라면 어느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시겠습니까. /사진 제공=JTBC 이태원신드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중소기업 창업자들이 창업 이후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아주 소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또 일부는 중소기업으로 살아남습니다. 가업승계를 생각하는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보면 소수의 성공한 중소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창업자가 50·60대가 되고 자녀가 기업경영에 참여할 수 있을 만한 나이가 되면 창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고민합니다. 이는 자녀에게 나의 '부'를 물려준다는 목적도 있지만 자신이 만든 기업을 영속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큽니다. 어떻게 보면 중소기업 창업자의 인생을 바쳐서 만들어진 것이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은 기업을 영속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포스코, KT 같은 기업처럼 지배적인 대주주는 없지만 주주들과 이사회의 힘으로 회사가 변화하고 굴러가는 것입니다. 많은 수의 서양 기업처럼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서양의 많은 가족기업이 대주주이자 창업주 일가로 회사를 지배하지만 직접 일상적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경제

대한전선은 오너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한 2세 승계의 실패와 전문경영인의 경영 실패가 겹친 대표적인 실패 사례입니다. 1950년대에 설립된 대한전선그룹은 한때 재계순위 10위에도 들었던 전통의 기업이었습니다. /사진 제공=2008년 2월 2일자 매일경제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장할 계획이 없는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2세 승계 외에는 기업을 영속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상장을 하기에는 너무 작고, 재단을 만들어 이곳에 모든 회사의 지분을 넘겨서 이 회사를 운영하게 만드는 것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다른 방법은 젊은 인재를 양성해 이 사람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일 텐데요. 전문경영인 제도는 언제나 '대리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회사를 대주주를 위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운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젊은 인재에게 아예 회사를 물려주는 것은 어떨까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 창업자가 자신의 전 재산과 같은 기업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배우자와 자녀들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경우 자녀들이 회사를 맡아서 경영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경영승계를 고민하는 중소기업들은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 전통산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산업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점차 기피 업종이 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공장을 운영해야 하고, 직원들도 고령화되어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창업자의 2세라고 해도 나와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온갖 궂은일은 직원들이 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심지어 외식업의 경우도 가업을 물려받기 싫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매일경제

평범한 사람만 건물주의 꿈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중소기업 창업 2세들도 건물주가 되고 싶어 합니다. /사진 제공=인크루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회사를 팔아서 자신에게 현금으로 물려주거나 아니면 좀 더 근사해보이는 산업으로 회사를 바꾸기를 원합니다. 빌딩임대업이나 금융업, 인터넷 사업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것이 힘은 덜 들면서 훨씬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이런 중소기업들의 다수가 제조업, 그중에서도 뿌리산업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뿌리산업은 중기야사 36화에서 설명해드린대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들은 당장 일할 직원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다음 세대의 경영자를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평범한 흙수저 입장에서 본다면 부모가 중소기업 경영자라는 것은 엄청난 금수저처럼 보이겠지만 이를 평생의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특권'과 비슷한 무게의 '짐'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중소기업이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려고 할 때, 한 가지 걸림돌이 생깁니다. 바로 세금입니다. 우리가 기업을 '부'를 만드는 수단이라고 본다면 기업의 가치에 맞게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자녀에게 물려주도록 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기업을 '고용'과 '국가의 부가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세금은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이덕주 벤처과학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