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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게이머 기대 한 몸 받은 그 게임 '처형식' 치러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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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화제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 전세계적 주목

평론가 평점 94점·유저 리뷰 49…평가 엇갈려

전작 전복한 스토리텔링…일부 팬들 반발

성소수자 등 다양성 문제 다루기도

아시아경제

소니 유통 '라스트 오브 어스:파트 2'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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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인턴기자] 지난 19일 발매한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유통 콘솔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파트 2'(라오어2)가 일부 팬들에게서 크게 비판 받고 있다.


앞서 해당 게임은 발매 후 3일 만에 수백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점을 받았지만, 게임 스토리에 실망한 일부 팬들은 '우리 기대가 배신 당했다'며 연일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30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라오어2는 글로벌 출시한 지난 19일 이후 첫 3일 동안 40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해당 기록은 플레이스테이션4 독점 발매된 게임 가운데 역대 최대 판매량이다.


라오어2는 출시와 동시에 평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세계 최대 리뷰 집계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이 게임은 평균 평론가 점수 94점을 기록, 올해 출시된 게임 중 현재까지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이 평점을 남기는 '유저 리뷰' 점수는 4.9점(49점)에 불과하다. 30일 기준 라오어2에 긍정 평가를 준 누리꾼은 4만3256명인 반면 부정평가는 5만3071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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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한 유튜버가 '라스트 오브 어스:파트 2'의 게임 소프트가 담긴 CD를 가위로 자르는 '처형식'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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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저들은 가위로 게임 CD를 잘라 조각내거나, 골프채로 게임 케이스를 부수는 등 이른바 '처형식'을 거행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한 유튜버는 게임 소프트가 담긴 CD를 가위로 조각낸 뒤 "지금까지 개발자들을 믿었는데 배신 당했다"라며 "어떻게 이런 불쾌한 게임을 만들 수 있냐"고 토로했다.


라오어2가 이같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일부 인기 캐릭터에 대한 취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13년 출시된 라오어2의 전작품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덮친 뒤 20년이 지난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인 '조엘'의 부성애를 강조한 스토리는 기존 게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냈다. 실제 이 게임은 2013년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선정 '올해의 게임'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후속작에서 조엘은 이야기의 뒷편으로 물러나며, 과거 저지른 죄 때문에 일방적으로 잔혹하게 희생당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성 캐릭터 '엘리'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이 캐릭터는 레즈비언으로, 게임 내내 다른 여성 캐릭터와 입을 맞추는 등 성정체성에 대한 묘사가 지속해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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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유통 '라스트 오브 어스:파트 2'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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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저들은 이같은 이야기 흐름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전작을 사랑했던 팬들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메타크리틱에 평점을 남긴 한 해외 팬은 "5년 동안 기다렸는데 정작 개발자들은 우리에게 끔찍한 인트로와 결말을 줬다"며 "그냥 이 게임을 잊고 싶다"고 썼다.


허지웅 영화평론가는 지난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편의 주인공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들을 모욕하고 깔보고 조종하며 설교한다"며 "요컨대 교조적인 게임"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성소수자 문제 등 성적 다양성에 대해 고찰한 게임 줄거리도 비판했다. 한 국내 유저는 트위터에서 "감염병으로 문명이 몰락한 세계에 왜 페미니즘·성소수자 같은 문제가 전면에 나와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팬은 "'정치적 올바름'에 게임이 휘둘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라오어2의 스토리텔링이 대담하고 고차원적이라며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미 매체 '타임'지는 해당 게임에 대한 리뷰에서 "일부 팬들은 자신들이 알고 사랑했던 중년 남성이 아닌 퀴어 여성을 조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불쾌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일부는 개발자들이 정치적 어젠다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 게임 스토리는 정치와는 관계없이 대담하고 현실적"이라고 평했다.


미 IT 전문 매체 '더 버지'는 라오어2를 '2020년 최고의 게임'으로 규정하면서 "(라오어2는) 재밌는 게임이 아니다. 재미는 이 게임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대신 잔인하고, 사람을 소진시키며, 매우 불편한 게임이다. 폭력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지 보여준다"고 했다.


게임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라오어2 개발을 감독한 닐 드럭만 너티독 부사장은 이같은 논란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드럭만 부사장은 "우리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당신에게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도전이 될 만한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 했다"며 "그 경험이 사람들에게 일으킨 반향과 깊이 있는 토론을 목격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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