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30일 홍콩의 거리에 중국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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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강력한 보복 경고에도 중국이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홍콩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미국의 제재는 두렵지 않다며 중국과의 전면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홍콩보안법으로 인한 갈등까지 미·중 대립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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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고에도 15분 속전속결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8일 심의를 개시한 홍콩보안법을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전인대 회의는 9시에 시작했는데, 약 15분 만에 표결 처리가 끝날 정도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홍콩 정부는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 부칙에 홍콩보안법을 즉시 삽입해 이르면 홍콩 주권 반환일인 7월 1일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보안법이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미국과 영국 등 국가들이 반발하면서다. 이들 서구권 국가는 홍콩보안법이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 당시 홍콩에 주어진 자치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미국은 홍콩 시민에 대해 미국 비자를 따로 발급받을 필요가 없도록 배려하고, 무역에서도 특혜를 주는 등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인정해왔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를 기점으로 사실상 미국이 중국에 보복 조치에 나선 셈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3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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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장관 "미국 두렵지 않다"
람 행정장관은 미국의 보복 조치에 즉각 반응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어떠한 제재도 두렵지 않다"며 "홍콩 정부는 이미 이러한 제재에 대해 검토를 해 왔으며, 심리적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또 "홍콩의 일부 인사가 외국 정부에 '구걸'해 미국 정부가 홍콩 내정에 간섭하고 홍콩을 제재하라는 요청을 했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 등을 주도한 인사들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홍콩에 대한 미국의 국방물자 수출 중단, 첨단제품 접근 제한 등 규제조치에 대해서도 람 장관은 "이번 제재 대상이 되는 품목은 많지 않다"며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중국산 제품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 허브 홍콩의 지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람 장관은 "중국은 이러한 제재에 맞서는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며 "중앙정부(중국)가 이러한 조처를 내놓을 때 홍콩 정부는 이에 전면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조슈아 웡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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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상징 조슈아 웡 타겟 되나
홍콩보안법이 외부와의 결탁, 국가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그동안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이들이 첫 표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조슈아 웡(黃之鋒)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다.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이날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웡 비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데모시스토당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조슈아 웡은 "악법 통과와 인민해방군의 '저격 훈련' 공개 등 홍콩의 민주 진영은 이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10년 이상의 투옥과 가혹한 고문, 중국 본토 인도 등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당에서도 탈퇴해 개인 자격으로 신념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관이 30일 탈당 의사를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
웡 비서장은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 동안 진행된 2014년 '우산 혁명'의 주역이다. 지난해 장기간 이어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시위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미국, 독일 등을 방문해 홍콩의 상황을 알리는 등 민주진영의 상징이 됐다.
웡과 함께 우산 혁명의 주역 중 한 명인 데모시스토당 당원 아그네스 차우(周庭) 역시 이날 탈당 의사를 밝혔다. 민주진영의 연이은 탈당과 해외도피 등으로 코로나19로 위축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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