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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中 홍콩보안법 시행에 '일국양제' 사망...미국의 반격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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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editor2@pressian.com)]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반환된 지 23년만에 국제 자유도시로서의 지위를 사실상 상실하게 됐다. 중국 중앙정부가 '중국식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 간주할 경우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는 이른바 '홍콩보안법'을 직접 만들어 시행을 목전에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8일부터 홍콩보안법 초안 심의를 개시해 회의 마지막 날인 30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남은 절차는 홍콩 정부가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 부칙에 이 법을 삽입하는 것이다. 이 법은 기본법에 삽입되는 즉시 시행되며, 홍콩 주권 반환일인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상무위원회는 홍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홍콩보안법을 홍콩정부가 아닌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제정한 배경에 대해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송환법'을 저지한 홍콩시민들의 대대적인 시위 배후에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이 있었으며, 홍콩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중국까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중국 중앙정부 직속 국가보안국)을 설치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당초 홍콩보안법 위반자에 대한 최고 형량은 10년 징역형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심의 과정에서 국가전복 등을 주도한 사람에 대해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홍콩 민주파 진영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미 홍콩보안법 시행 즉시 체포될 54명의 민주화 인사 명단이 적힌 '블랙리스트'가 떠돌고 있으며, 1순위 체포 대상으로 꼽혀온 민주화 인사들이 신변 위협을 느껴 공식적인 지위에서 물러났다.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상무위원회에서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직후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

조슈아 웡은 2014년 79일 동안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다. 당시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으며, 웡은 스스로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 가장 먼저 중국 당국에 체포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조슈아 웡은 "홍콩보안법이라는 악법 통과와 인민해방군의 '저격 훈련' 공개 등 홍콩의 민주 진영은 이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10년 이상의 투옥과 가혹한 고문, 중국 본토 인도 등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지난 28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공식 계정에 홍콩 내 모 지역에서 홍콩 주둔 중국군 소속 저격수들이 실탄 훈련을 하는 장면을 공개하는 일종의 '무력 시위'를 했다.

그는 "엄혹한 운명이 눈앞에 놓인 상황에서 개인의 앞날을 헤아릴 수 없게 됐지만, 이를 짊어지려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라며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당에서도 탈퇴해 개인 자격으로 신념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조슈아 웡과 함께 우산 혁명의 주역 중 한 명인 데모시스토당 당원 아그네스 차우(周庭)와 네이선 로(羅冠聰) 전 주석 등도 이날 당 탈퇴 의사를 밝히고, 개인 자격으로 저항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이외에도 웡, 네이선 로 등과 함께 반중 매체 빈과일보를 운영하는 지미 라이(黎智英) 등 다른 민주화 인사들의 안위도 우려되고 있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정치단체인 '홍콩독립연맹' 창립자 웨인 찬(陳家駒)은 홍콩보안법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으며, '홍콩 자치'를 주장해 온 학자인 친완(陳雲)은 사회운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홍콩보안법의 등장은 중국이 그동안 홍콩에 적용해 왔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가 허물어진 것을 뜻한다. 홍콩주권반환 23주년에 맞춰 홍콩 자치권을 크게 흔들 수 있는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것 자체가 중국 정부 스스로 '일국일제'를 의도한 것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때문에 미국은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 대우를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홍콩의 자치권을 전제로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보장해 왔다. 따라서 홍콩의 자치권이 부정되는 사태라고 판단할 경우,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수순이 직접적인 규제로 이어질 경우 홍콩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의 홍콩 이탈과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 홍콩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시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최대 25%의 보복 관세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이미 미국은 국방 물자 수출 중단과 첨단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 등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영국은 홍콩의 앞날에 대해 우려하며 이민을 원하는 홍콩 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최대 300만 명의 홍콩인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방안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콩주권반환일은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의 상징적인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홍콩 경찰은 도심 주요 지역에 40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해 홍콩보안법 반대 등 예상되는 모든 시위를 원천봉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승선 기자(editor2@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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