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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면접 점수 조작ㆍ비위 사실 함구 지시… 지인 채용 위해 거침없는 인사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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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과기일자리진흥원장 해임 요구
한국일보

자신의 지인을 채용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채용담당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장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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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점수를 고쳐서 B를 부적격 처리, 탈락시켜라.” “C가 제출한 체크리스트 내용을 절대 면접 심사위원들에게 알려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징계 처분을 받게 될 것이다.”

면접 점수가 제일 높은 지원자는 탈락 시킬 것, 반대로 이전 회사에서 해임된 지원자의 비위 사실은 심사위원에게 알리지 말 것.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취약 시기 공직기강 점검’ 결과에서 드러난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A 원장의 부당한 채용 개입 방법은 다양하고 거침이 없었다. A 원장은 외부 면접심사위원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구성한 뒤 평가 점수를 조작하려 했고, 내부 직원들을 배제한 채 인사위원회를 여는 등 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동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A 원장은 지난해 클러스터 기획ㆍ관리 분야 선임급 연구원을 두 차례 채용하면서 2005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 C씨를 채용하기 위해 채용담당자에게 수차례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A 원장은 면접심사의 외부위원 3인을 모두 자신의 지인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면접심사 결과 진흥원 내부 심사위원 2인은 C씨에게 가장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A 원장은 면접평가 다음날 담당자들을 불러 1시간이 넘도록 질책했다. C씨가 적격자이므로 면접점수를 고쳐서라도 합격자인 B씨를 탈락시키거나 합격자가 없음으로 만들라는 지시였다.

채용담당자들의 반대로 원래 합격자였던 B씨가 최종합격했지만 A 원장의 개입은 더 심해졌다. B씨가 수습 기간 6개월을 거치는 동안 중간평가를 통해 그를 면직하라는 것이었다. A 원장은 추경사업 예산 확보 및 예비타당성 조사 등 B씨가 수습 기간 중 수행할 업무들을 직접 정하고 ‘직무 부적합으로 떨어뜨리라’고 담당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채용담당자와 인사담당 부서장 등은 “기존 직원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수습 기간 안에 달성하도록 하는 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수차례 반대했다. A 원장의 강요와 압박으로 인해 담당자들은 병가를 낼 정도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다른 팀에서 결원이 발생하자 A 원장은 B씨를 빨리 내보내라는 지시를 접고, 빈 자리에 다시 C씨를 채용할 것을 지시했다. C씨는 2010년 거래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업무상 횡령을 해 해임된 사실이 있었고 A 원장도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 A 원장은 C씨가 비위면직자 등 취업제한 체크리스트 제출을 꺼려하자 채용담당자에게 해당 서류를 제출받지 말도록 지시를 내렸다. 채용담당자들이 재차 반대하자 A 원장은 체크리스트를 제출 받더라도 그 내용을 절대 면접 심사위원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종용했다. 심사위원들은 C씨의 비위 사실을 모른 채 합격자로 선발했다.

이후 A 원장은 C씨의 채용에 부정적이었던 인사위원장과 인사 부서장이 외부 출장을 간 사이에 외부위원으로만 인사위원회를 소집하고 C씨의 채용을 의결했다.

감사원은 A 원장이 1차 채용 이전부터 C씨를 채용하기로 마음 먹고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인사위원의 심의 업무를 방해하고 채용 전형의 공정성을 훼손시킨 A 원장의 직무상 비위가 뚜렷하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A 원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과기일자리진흥원에도 A 원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을 과태료 재판 관할 법원에 통보하도록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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