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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성별·인종 넘어 "너희는 하나이니라"… 나는 메러디스의 엄마입니다 [Guidep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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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낳은 딸 키우는
홈가드닝 전문가 케이티 브라운
생후 한 달 된 메러디스 입양
"아기가 흑인인건 알죠?"
간호사 질문에 뜨거운 분노 느껴
"인간의 유전 구성은 99% 일치
피부색은 태양과의 근접성일뿐"
유전학자의 이야기에
진짜 엄마가 될 수 있는
모든 조건 가졌음을 깨달아


파이낸셜뉴스

주택 및 정원 가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홈가드닝 전문가 케이티 브라운이 마음으로 낳은 둘째딸 메러디스를 꼭 끌어안고 있다. 케이티는 "우리 모녀는 생물학적으로도, 영적으로도 이어져 있다"고 말했다. 작은 사진은 자신이 낳은 첫째딸 프렌티스(오른쪽), 입양한 둘째딸 메러디스와 함께한 모습.


"이 아이는 내 딸이고, 나는 이 아이의 엄마야." 딸의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추천해준 유전학자의 대기실에 앉아서 혼잣말을 했다. 팔에 안은 작은 갓난아기를 내려다보았다. 겨우 생후 한 달 된, 최근에 입양한 메러디스였다. 딸의 유전력을 알려고 이곳에 왔다. 아이의 생모이자 백인인 미스티가 온전히 얘기해 주지 않은 것을 말이다. 메러디스가 유색인종임은 알았다. 하지만 히스패닉일까? 아프리카계 미국인일까? 아시안일까? 메러디스의 내력이 내것이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밀쳐 내려고 애썼다. 내 몸에서 태어나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딸아이는 수많은 기도 후에 내 가슴에서 태어났다.

유산과 여러차례 실패했던 입양을 떠올렸다. 메러디스가 태어나기 고작 한 달 전, 아기를 데려올 가능성이 우리 삶에 나타났을 때는 남편도 나도 둘째 아이에 대한 희망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이 아이가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을까? 몇 주 후 비행기를 타고 오하이오주까지 가서 미스티가 우리에게 작은 아기를 맡겼을 때, 우리 부부는 전율과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낳은 딸 프렌티스처럼 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유전학자의 대기실에서 메러디스를 꼭 끌어안자 아이가 작은 입으로 하품했다. 육체적이고 정서적인 고통에서 딸을 간절히 지켜주고 싶었다. 그게 여기 온 이유였다. 나중에라도 메러디스에게 의미 있는 장소와 뿌리를 아는 일이 필요하게 된다면 이번 방문이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메러디스는 조산아였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간호사들은 프렌티스를 돌봤던 방식으로 메러디스를 보살필 수 없다는 내 가슴앓이를 알아챘는지 아기가 튜브를 통해 먹는 동안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가르쳐주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와 보내는 듯한 간호사 한 명을 특히 좋아했다. 아마도 그 간호사가 내가 진행하는 텔레비전 쇼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날 아침 그 간호사가 말했다. "아기가 흑인인 건 알죠?" 꼼짝할 수 없었다. 잘못 들었는지도 모른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앉아서 새끼를 지키는 암사자처럼 메러디스를 더 꼭 끌어안았다.

"네. 알아요. 하지만 그런 걸 왜 묻죠?"

"글쎄요. 그저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완벽한 가족을 원하겠거니 생각했거든요."

턱이 굳어지면서 뼛속까지 차오르는 뜨거운 분노를 느꼈다. 분노 속에서 깊은 슬픔도 함께 느꼈다.

남편과 나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메러디스를 뉴욕 집으로 데려왔다. 우리가 함께하는 삶의 새로운 장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뻤다. 하지만 오자마자 메러디스가 아팠다. 아기는 기운이 없었고 밝은 갈색 피부는 평소보다 창백했다. 다음날 몸무게를 재고 검진을 받는 진료 예약에 딸을 데려가서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그저 코가 많이 막힌 거예요."

의사가 장담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내 직감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다.

"놀랍네요. 여기 도착하면 선생님이 우리를 곧장 병원으로 보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의사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메러디스의 등에 다시 청진기를 댔다. 몇 초 후, 의사가 재빨리 움직이면서 전화를 걸더니 몇 분 만에 우리를 위한 구급차를 밖에 대기시켰다. 우리는 사이렌을 울리며 뉴욕 거리를 질주했다.

"부디 아기를 살려 주세요."

애원했다. '내가 메러디스에게 되어 줄 수 있는 최고의 엄마일까'라는 생각 같은 건 이제 없었다. 그저 '제발, 하나님, 제발'뿐이었다.

병원에서는 메러디스에게 삽관술을 하고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라는 진단을 내렸다. 대개 RSV는 감기 이상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지만, 조산아는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컸다. 머리를 감싼 채로 기계의 도움을 받아 호흡하는 메러디스는 다른 환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 1인실로 실려갔다.

목사님과 테리 사모님이 우리 가족과 함께했다. 테리가 내 손을 잡았다.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메러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 수 있고 그럴 거예요. 이런 일에 대비할 만큼 충분히 강해져야 해요. 당신 딸에게는 당신이 필요해요." 테리가 내 손을 한층 더 꼭 쥐었다.

몹시 힘든 며칠을 보내고 나서야 마침내 메러디스를 다시 집에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 모든 시련을 겪으니 메러디스에게 응급의료 상황이 또 닥쳤을 때를 대비해서 준비를 좀 더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메러디스의 가족력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걸 알아 두라고 조언했다.

"우리가 '바로' 메러디스의 가족이에요!"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진정 딸을 사랑하고 안전하게 지키고 싶다면 도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느날 딸아이가 자신이 누군지 알아야 할 때 그걸 일러주는 일도 포함돼 있었다. 아이의 생모 미스티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선물을 주었다. 내 이기심으로 메러디스를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었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유전학자와 만날 약속을 정했다.

그래서 지금 여기 대기실에 있다. 접수원이 내 이름을 불렀다. 메러디스와 함께 일어섰다.

의사가 들어왔다. 최고의 유전학자 역할을 캐스팅하는 데 공감을 잘하고 현명해 보이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 여의사를 택할 것이다. 의사는 젊은 제인 구달처럼 보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 불안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날 돕는다고? 방에서 달아나고 싶었다. 내 딸을 데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자존심과 수치심을 헤치고 사랑이 가득한 곳으로 나아갔다.

"메러디스는 입양됐어요. 선생님이 딸의 인종 구성을 얘기해 주길 바랐어요. 아기가 아프리카계인지 히스패닉인지 모르거든요. 아이의 건강 기록을 채워넣을 수 있게끔 알고 싶어요. 그러면 아이가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유전학자에게 얘기하는데 목에 목소리가 걸렸다. "몰라서 겪을 수도 있는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거죠." 심호흡을 했다. 옳은 일을 하기를, 메러디스에게 마땅한 엄마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충분히 사랑 넘치고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젊은 제인 구달이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가 올바른 질문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의사는 자기 손을 내 손 위에 얹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메러디스는 어머니와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이 더 많아요. 유전 구성의 99%가 어머니랑 일치하니까요. 우리는 모든 인간이 서로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는 걸 배웠죠."

의사는 오늘날 전세계에 있는 모든 인간의 유전적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찾을 수 있으며, 피부색의 차이는 태양과의 근접성에 달려 있다고 계속 설명했다.

"할 수 있는 건 메러디스의 가족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려드리는 정도예요. 하지만 메러디스의 인종이나 어머니의 인종이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아 두세요. 어머니의 유전 구성과 아기의 유전 구성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단순하고 굉장히 사소해요."

평온함이 밀려들었다. 가능한 일이었을까? 메러디스와 내가, 우리가 똑같았다!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딸은 날 믿는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메러디스는 우리의 일부이며, 오늘보다 한참 전부터 우리는 메러디스의 일부였다. 생물학적으로도, 영적으로도 이어져 있다. 갈라디아서 구절이 마음에서 퍼뜩 떠올랐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진료실에서 나와 햇빛 속으로 걸어갔다. 빙그레 웃음이 나면서 딸을 꼭 안았다. 나는 메러디스와 나를 다르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밝혀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 모녀를 똑같이 만드는 게 무엇인지 배웠다. 오직 하나님께서 가장 필요할 때 날 안심시키는 방법을 기획하실 수 있었다. 그분께서는 내게 공감해줄 전문가와 날 이어주셨다. 나는 이미 딸의 진짜 엄마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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