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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평등법' 인권위 시안보니…성소수자 개념 등 찬반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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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개념, 분류 등 기준 제시…간접차별 언급

괴롭힘, 성희롱, 광고 통한 차별 등 명문 규정

차별행위 구제…인권위 권고, 법원 임시조치

손해배상 책임 부과…악의적이면 3~5배 가중

차별 진정 불이익 규제…양벌 규정까지 적용

차별금지법 논의 활성화…찬반 견해 오갈 듯

뉴시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0차 전원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6.30.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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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30일 내놓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은 사회 내 차별 범주와 내용을 규정하고 이를 구제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차별의 개념을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로 구분하고 예시를 언급, 우리 사회 내 차별에 대한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상당하다고 평가된다.

◇직접차별 외 '간접차별·성희롱·광고' 등도 규율

인권위는 평등법 시안에서 성별, 장애, 인종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이른바 '직접차별' 외에 차별 범주를 확대했다.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게 불리한 결과를 야기하는 '간접차별'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기업이 성별과 무관하게 신장 170㎝를 채용 기준으로 정하는 경우, 성차별을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평균 신장이 남성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에겐 간접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인권위 측 설명이다.

또 적대적·위협적·모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 수치심·모욕감·두려움 등을 야기하는 행위, 멸시·모욕·위협 등 부정적 관념의 표시 또는 선동의 혐오적 표현을 하는 행위 등으로 대표되는 '괴롭힘'을 차별 범주에 포함했다.

괴롭힘에는 혐오적 표현이 포함됐는데, 그 표현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차별적 괴롭힘에 이를 때 평등법이 적용된다고 한다. 또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 행위가 별도의 차별 범주로 적시됐다.

인권위는 "간접차별은 실질적 또는 결과적으로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라며 "괴롭힘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배제·고립해 차별 효과를 야기하기 때문에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법안 내 문구들도 평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는데, 성별을 여성과 남성 외 '그 외 분류하기 어려운 성'으로 생물학적 외 지향적 성별을 포괄한 점 등이 그러하다.

차별 사유로는 성별, 성적지향, 장애, 병력, 나이, 인종, 출신 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고용 형태 등 21개가 예시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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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0차 전원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의견표명' 안건 의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30.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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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행위에 손해배상 책임 부과…악의적이면 가중

인권위의 평등법안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나 현존하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경우 등엔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의무가 규정됐는데,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감염병 확산 등 재난 상황에서의 소수자 보호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5년 마다 국가 차원의 차별 시정과 예방 등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고용, 재화·용역, 교육·직업훈련, 행정·사법 절차·서비스에 관한 차별 관련 세부 내용이 언급됐다.

구체적으로 모집·채용 등 고용 단계,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이용, 교통수단 및 서비스 공급 이용, 교육 기회 및 교육, 참정권 행사와 행정·수사·재판 절차에서의 동등한 대우 등이 규정됐다.

인권위는 차별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시정 권고를 할 수 있으며, 사안이 중대한 경우 등엔 소송 지원도 할 수 있게 된다. 법원은 차별 행위에 관한 임시조치 또는 차별 시정을 위한 판결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손해배상과 관련, 입증 책임을 차별행위자에 부과하는 방향으로 제안됐다. 고의적, 지속적, 반복성 차별 등 악의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엔 손해액의 3~5배를 가중하는 규정도 있으며, 배상액 하한은 500만원 이상으로 제안됐다.

나아가 차별 관련 문제를 제기한 이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벌칙 조항과 함께 법인과 사용자 등에 대한 양벌 규정 또한 제시됐다.

인권위는 "손해배상 규정은 차별 피해자에 대한 손해의 전보, 차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진정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는 2차 피해와 함께 조력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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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법무법인 산지 소속 변호사 등이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10차 전원위원회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의견표명' 안건 의결과 관련, 피켓을 들고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06.30.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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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도입 논의 활력…"성소수자만 위한 법 아냐"

인권위에서 국회에 평등법안을 제시하면서 향후 '차별금지법' 관련 사회적 논의는 보다 활력을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의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과 다른 정당에서 준비 중인 관련 법안 등도 있는 상태인 만큼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아울러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에서의 찬반 목소리 또한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 기독교계 등에서 강한 반발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평등법은 고용, 재화·용역 등 일부 영역에 적용된다. 설교나 전도 그 자체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괄하는 것이므로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률도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도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장되는 것"이라며 "종교 등을 이유로 달리 대우하는 행위가 무조건 차별로 판단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성은 단점이 아니라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요소"라며 "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런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공식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입법 권고안을 낸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논의에선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오해가 법률명에서 기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평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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