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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日 "美와 미사일 추적 위성 개발"…北 겨냥 '우주기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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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위성은 4기→10기로 증강

北 핵·미사일 위협 대응 차원

美는 기술·비용 부담 크게 덜어

"韓에 정보 공유할지는 미지수"

일본이 정찰위성을 대폭 늘리고, 미국과 함께 미사일 탐지·추적 위성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30일 일본 정부는 각의(국무회의 해당)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향후 10년간 우주정책의 기본방침을 담은 새 '우주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일본의 우주기본계획 개정은 5년 만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재한 우주개발전략본부 회의에서 이같은 방향을 정했다. 이에 따르면 사실상 정찰위성인 정보수집위성을 현재 4기에서 10기로 늘릴 방침이다. 또 탄도미사일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위성을 미국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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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9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우주개발전략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새 '우주기본계획'의 방향을 정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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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회의에서 "우주 이용 대국(大國) 실현을 위해 이번에 결정한 우주기본계획을 신속하고 착실히 실행하는데 전력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일본은 정찰위성을 10기로 늘리면 특정 지점을 촬영할 수 있는 능력이 현재보다 2배가량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 내 각종 무기 시험장이나 평양 수뇌부의 동태를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여러 개의 소형 위성으로 구성된 미사일 탐지·추적 위성 개발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구축된 레이더 시스템은 지구 면의 굴곡 등의 영향에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미사일 탐지·추적 위성을 갖추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다발로 탄도미사일을 쏘더라도 이론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이를 이지스함과 패트리엇(PAC3) 등 요격미사일 체계와 연동해 활용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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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9일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정보수집위성(정찰위성) 고가쿠 7호기를 실은 H2A 로켓 41호기가 발사되고 있다. 일본은 현재 4기인 정찰위성을 10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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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공동개발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본에 요구해온 군사 협력에 부응하는 측면도 있다. 위성 개발에 일본의 기술력과 자본을 끌어들이면 미국의 부담은 대폭 줄어든다. 일본의 방어망이 사실상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편입돼 있어 미국과 공동으로 위성을 운용할 필요성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군사정보를 한국이 공유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보는 기여하는 만큼 공유 받는 게 기본"이라며 "한·일 간에 협력의 기본 룰인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조차 간신히 유지되는 상황에서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에선 군사위성 증강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 정부가 공표해온 '우주의 평화적 이용' 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일본 방위의 기본개념인 전수방위(専守防衛)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수방위 원칙상 자위대는 '일본의 영토·영해·영공 내에서만 작전'을 할 수 있다. 이를 우주 공간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 부문에 투자가 쏠리면서 정작 우주에서의 과학 조사 활동은 움츠러들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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