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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김동헌 칼럼] 기본소득보다 코로나 대응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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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교수·경제학

코로나 2차 대유행 우려 커지며

더 심각한 경기침체 전망 이어져

기업은 사활 걸고 밤잠 설치는데

정치권 기본소득제 논쟁할때 아냐

서울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조금 가라앉는가 싶더니 다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일 수십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매일 4만명대를 이어가 2차 대유행에 대한 공포가 무섭게 번지고 있다.

한국의 5월 실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만3,000명 증가했고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32%나 늘어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원을 넘었다. 실직자가 급증하고 정부가 실업급여 지원을 대폭 강화하면서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지난해 말 7조3,532억원에서 97% 급감해 1,952억원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5월 수출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 두 달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두 달 전 -1.2%에서 0.9%포인트 하락한 -2.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고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깊은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매일 사활을 걸고 밤잠을 설치는 이유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급부상한 기본소득제도는 소득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국민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매달 모든 계층에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원래는 선별복지제도가 허술해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인공지능(AI) 및 자동화 발전에 따른 노동 가치 하락과 실업자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소수의 성공한 계층에 자본 축척이 집중되면서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북유럽의 핀란드·네덜란드·스위스 등은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자의 최저생계 정도의 삶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노동공급을 확대하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취지로 고려된 바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정부가 기본소득을 지원해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보장해서 노동과 복지를 연계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막대한 재정 부담과 지속가능성 여부다. 개인으로 볼 때 월 30만원은 최저생계비로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라 전체로 본다면 한 해 187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 예산의 약 3분의1에 달하는 금액이다.

코로나19 사태로 35조3,000억원의 3차 추경까지 고려한 국가채무는 올해 840조2,000억원에 육박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오는 2023년 말 51.7%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고령화·저출산 및 생산성 하락으로 국가 세수가 더욱 감소하게 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를 훨씬 상회해 국가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시행하려면 증세를 해야 하고 현재의 사회복지제도를 대폭 개편해야만 한다. 한시적으로 가능할 수는 있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세계 경제 역사상 기본소득제를 충실히 시행한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제도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검증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논쟁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V자 반등’의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2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침체가 더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반짝 소비지출이 늘어 약간의 숨통이 트였던 자영업자들은 다시 매출이 하락하면서 폐업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항공·해운·자동차·석유화학산업 등의 기업들도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국가 경제 생산의 붕괴가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에서 기본소득제의 논쟁은 국가 경제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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