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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盧의 숙원, 文의 후회…與, 기를쓰고 공수처 통과시키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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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공수처법은 지난해 12월 30일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무기명 투표 변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의 의미로 표결을 거부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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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혈전이 여당 독식으로 마무리됐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큰 뇌관이 남아있다. 출범 예정일(7월 15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문제다. “특단의 대책”(이해찬 대표)을 언급하며 출범 강행 의지를 다지는 더불어민주당과 “위헌 투성이”(주호영 원내대표)라고 맞서는 미래통합당 간 일전이 예상된다.

원 구성 협상이 176석의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한 민주당의 물리력이 작동할 수 있는 구조였다면 공수처는 적어도 현행 법대로라면 야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당으로선 공수처장 추천 절차를 강행할 도리가 없다. 공수처법 개정 추진론이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7월 15일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조금 어렵다고는 보인다”며 “그럼에도 통합당이 출범 날짜를 어기고 전혀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공수처를 출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같은 당 박범계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공수처를 제때 출범하게 할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공수처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법안을 개정해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무력화한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수처법을 시행하면서 문제가 드러나면 개정을 논의할 수 있지만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개정을 얘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현재 공수처법 개정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한 이유다. 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의 속내와 향후 예상되는 쟁점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 공수처의 역할은.

A : 대통령·국회의원·검찰총장·대법원장 등 고위 공직자 및 그의 가족의 비위를 수사하는 권력형 비리 전담 기구다. 법원·검찰·경찰 고위 간부에 한해 경우 배우자 및 직계비존속에 대해선 기소까지 가능하다.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그래서 여당은 공수처 출범을 핵심적인 검찰 개혁 방안으로 보고 있다.

Q :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은 고위공직자 수사를 못 하나.

A : 검찰도 수사를 할 수는 있지만 공수처가 우선권을 갖는다. 공수처법(제24조1항)은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야당은 이런 조항을 들어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Q : 출범 예정일이 왜 7월 15일인가.

A : 공수처법은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지난 1월 14일 공포했다. 공수처법 부칙엔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어 7월 15일이 출범 예정일이다. 다만 후속 입법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예정일에 맞춰 출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합당은 "공수처 설치법 자체를 반대하는 만큼 후보추천위 구성에도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데 대해서도 "대통령이 공수처 출범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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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는 가운데 공수처 발언이 나오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손으로 엑스자를 그리며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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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야당은 왜 공수처 출범을 반대하나.

A : 통합당은 공수처가 막강한 권력기관으로 변질해 자칫 '옥상옥'이 될 거란 인식이다. 위헌 논란도 불거졌다. 유상범 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공수처는 과거 안기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광범위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기소권까지 갖고 있어 설치 근거 자체의 위헌 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수처법의 위헌 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Q : 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됐는데 무산된 경위는.

A : 공수처는 ‘검찰 개혁’을 외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앞장서 추진했으나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 등 검찰의 집단적 반발로 무산됐다. 공수처 수사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된 탓에 정치권의 반발도 거셌다. 이 일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열심히 공을 들였지만 한나라당은 무조건 반대했고, 검찰은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 국회에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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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31일 권력기관 개혁 보고에서 "과거의 검찰은 잘못을 스스로 고쳐내지 못했기 때문에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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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왜 공수처 출범에 사활을 걸었나.

A : 공수처는 노 전 대통령의 ‘숙원’이었고 문 대통령에겐 ‘후회’로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을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일”로 공수처 출범 불발을 꼽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퇴임한 뒤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의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검찰 개혁 실패,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정치인이 되길 꺼려한 문 대통령이 정치에 나서게 된 존재론적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Q : 앞으로 남은 절차는?

A : 일명 공수처 후속 법안에 해당하는 ▶국회법 개정안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공수처장후보추천위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운영규칙안) 등이 남았다. 국회법 개정안은 공수처 소관 상임위를 국회 법사위로 두고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인사청문회 대상에 공수처장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운영규칙안은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까지 백혜련 민주당 의원 안과 유상범 통합당 안 두 건이 발의돼 있는데, 후보추천위 구성 조항에서 크게 갈린다. 백혜련안은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고 추천이 없을 때는 교섭단체를 지정해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백 의원은 이에 대해 “야당 교섭단체가 2개 이상일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현재 두개의 교섭단체(민주당과 통합당) 밖에 없어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상범안은 교섭단체가 다수일 경우 의석수에 따라 위원 추천을 받도록 해 제1야당의 위원 추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한 점이 특징이다.

Q : 공수처 출범을 반대하는 통합당의 전략은?

A : 현재로선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외엔 뚜렷한 방법이 없다.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는 구조다. 다만 현행 공수처법(제6조 5항)은 후보추천위원 7인 중 6인 이상이 찬성한 후보만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후보추천위원 7인은 법무부장관ㆍ법원행정처장ㆍ대한변협회장이 각각 추천하는 위원(3명)과 여당 추천 위원 2명, 야당 추천 위원 2명으로 구성되는데, 야당 몫 추천 위원이 2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통합당이 반대할 경우 공수처장 후보를 확정할 수 없다.

Q :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A : 정치권에서는 판사 출신인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 진보성향 판사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 이광범 변호사,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검사 출신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판사 출신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민주당 한 의원은 “검찰 개혁 콘셉트를 감안하면 검찰 출신보다는 법관이나 재야 변호사 출신이 더 유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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