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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100년 금융·무역허브 위상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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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자본 脫홍콩 가능성…금융·무역허브 위상 흔들

정치적·상징적 경고 분석도…NYT "실질적 영향 미미"

中 홍콩보안법 가결 강행…美, 대중 압박 가속화할 듯

이데일리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부 장관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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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한 보복조치로 홍콩 특별지위를 전격 박탈했다. 미국은 군사장비 수출 중단을 비롯해, 국방 및 이중용도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 홍콩과 중국을 동일하게 취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홍콩이 금융·무역 허브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미국의 대(對)홍콩 수출 비중이 미미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 정부가 추가 제재를 예고한 만큼 향후 대중 압박 수위가 어느 정도 강화될 지 여부가 관심이다.

◇특별지위 기대 성장한 홍콩…금융·무역 허브 위상 ‘흔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미국의 민감한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이나 국가안전보위부로 전용될 위험성이 커졌고, 영토의 자치권을 훼손했다”며 그동안 홍콩에 부여해 온 특별지위를 박탈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홍콩을 중국과 분리하고 투자나 무역, 관세, 비자발급 등에서 특별지위를 인정해왔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오늘부터 미국산 군사장비 수출을 종료하고, 미국 국방 및 이중용도 기술에 대해 중국과 마찬가지로 홍콩에도 동일한 제한을 가하도록 관련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중용도 기술은 상업과 군사 용도로 모두 쓸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민감한 기술의 경우 군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은 중국에 유입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홍콩 수출을 허가해 왔다.

이에 따라 홍콩의 금융·무역 허브로서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그동안 홍콩을 중국 본토와 별도의 관세영역으로 인정하고, 더 낮은 무역 관세를 부과해 왔다. 덕분에 홍콩은 글로벌 금융·무역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특혜를 받은 홍콩 수출품 규모는 4억3270만달러에 이른다. 이 중 대부분이 암호화 기술, 소프트웨어, 첨단기술 등 민간뿐 아니라 군이나 치안당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다. 앞으로 미국이 중국과 동일한 관세를 홍콩에 적용하면 이들 품목에 적용됐던 혜택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또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지난 11일 미국 자본의 홍콩 이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미 기업들이 홍콩을 대아시아 사업 또는 투자 거점으로 활용할 이점도 없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홍콩에 첨단기술을 수출하거나 공유하지 못하게 되면 반도체 회사를 비롯해 일부 다국적 기업들에게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중국 사업을 위해 홍콩에 거점을 둔 기업들은 싱가포르로 거점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모두 홍콩 의존도 높아 타격” Vs “영향 제한적”

미국의 자멸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많은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인프라에 기대 이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미 국무부 자료를 인용 지난 2018년 기준 8만5000명의 미국인이 홍콩에 거주했고, 13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홍콩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엔 미 금융회사들 중 거의 모든 곳이 포함돼 있으며, 2018년 미국이 홍콩으로부터 거둔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10억달러에 이른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이어 미국 로펌과 회계법인들에게 홍콩은 주요 목적지라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던 와중에도 홍콩에 사무실을 둔 중국 기업들은 징벌적 관세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을 경고했을 때 “홍콩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의 90%가 중국 남부에서 생산된다”며 소비재, 경공업, 기술제품 등이 모두 영향을 입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NYT는 미국과 홍콩의 무역 규모가 크지 않아 중국에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상징적·정치적 경고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홍콩은 2018년 미국 수출에서 2.2%를 차지했으며 이 중에서도 국방 및 첨단기술 품목은 일부에 그친다”며 “교역량이 적어 이번 조치들의 범위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해 홍콩 수출을 승인한 국방 물자 및 서비스 규모는 240만달러로 이 중 140만달러어치가 선적됐다.

◇美, 中관료 비자제한·홍콩자치법 발효 서두를 듯

미국의 경고에도 중국은 이날 홍콩보안법을 가결했다. 이에 향후 미 정부의 대중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지고 제재도 직접적인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로스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한목소리로 “홍콩의 특별 대우를 박탈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중국 관료들에 대한 비자 제한이 예상된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6일 “홍콩의 자유를 제한한 중국 관리들의 비자를 제한할 것이다. 해당 관리의 자녀와 친인척도 금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엔 구체적인 대상자나 제한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으나 추후 대상을 특정해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미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자치법’ 발효를 서두를 전망이다. 미 상원은 이달 25일 홍콩 자치를 억압한 중국 관료 및 그들과 거래하는 은행·기업 등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자치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원 통과 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즉시 발효된다.

미국 정부는 이 법안을 근거로 홍콩 자치권 침해에 관여한 중국 관료와 홍콩 경찰, 정부 기관이나 단체 등을 제재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으며, 각 개인이나 단체는 물론 이들과 거래한 은행에도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을 가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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