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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거대 여당 앞에 뾰족수 없는 통합당, ‘장내 투쟁’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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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이콧 유지 여부 의견 엇갈려]

여론 고려해 ‘장외 투쟁 배제’ 중론

‘상임위 강제배정’ 헌재 심판 청구

특위·당 상임위로 이슈 주도키로

[“11일까지 추경 심사 연장하면 참여”]

이종배, 예결위 심사 가능성 내비쳐

지도부는 국회 복귀 사전작업 착수

주호영 “상임위원 배정명단 곧 완성”


한겨레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앞줄 왼쪽)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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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석 거대 여당이 모든 상임위원장마저 차지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선 미래통합당은 대여 투쟁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의석수 차이에서 비롯된 절대적 열세를 뒤집을 묘수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통합당은 30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원 구성 협상 결렬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데 항의하며 3차 추경안 심사 등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보이콧을 유지할 것인지 등이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

이날 의총에서는 의회 내 투쟁 방안이 다수 제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 여론을 업기 위해서는 여당의 무리한 원 구성을 부각해야 하기 때문에 장외 집회, 삭발 등 과격한 원외투쟁은 삼가자는 것이다. 대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등과 관련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슈를 주도하고, 여당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상임위원회 활동에 맞세우는 ‘당내 상임위’를 꾸려 현안을 챙기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통합당은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 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도 청구하기로 했다. 상임위원장 강제 선출을 위해 통합당 의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상임위원회에 강제로 배정한 것은,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취지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 103명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자 국회의장의 권한 남용”이라며 “헌정사상 어떤 독재정권도 하지 않았던 반헌법적 행위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또 민주당이 단독 진행하고 있는 추경안 심사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원내대변인은 “35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 심사를 사흘 만에 마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7월3일까지 (추경을) 처리하라면 우리가 참여하기 어렵다. 국회를 출장소로 만들고 우리는 들러리 서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종배 정책위 의장도 “35조에 이르는 혈세가 들어가고, 적자국채 발행으로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추경안에 대한 심도 있는 심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횡포와 일방적인 의사진행에 대해서는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런 대응이 거대 여당의 ‘밀어붙이기’ 앞에서 실제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합당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우리끼리 끝장토론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비슷한 논의만 되풀이되고 있다”며 “국회 보이콧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통합당 의원도 “민주당이 예상을 뛰어넘게 밀어붙여서 당이 등원 타이밍을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열세에 몰렸다”고 털어놨다.

당 안팎에선 통합당의 복귀 시점이 7월 첫주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합당의 한 재선의원은 “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원 구성을 강행했기 때문에 회기 만료(4일) 전까지는 국회로 돌아갈 명분이 없다”며 “현재의 추경안 심의에 동참하는 것은 들러리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둘기파와 대여 투쟁을 강조하는 매파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양쪽의 의견을 절충해보면 7월 첫째 주 이후로 등원 시점이 정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통합당 지도부는 사실상 국회 복귀를 전제로 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이날 의원들의 상임위원 신청을 받는 등 상임위원 배정 명단 작성을 시작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상임위원 배정은 하루이틀 안에 속도를 내서 완성할 것”이라면서도 “상임위원 명단 제출 시점은 상황을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명분과 타이밍을 고려해 등원 시기를 조율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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