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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일·공부 병행’ 평생교육 메카 한국방송통신대…슬기로운 ‘부캐’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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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학생의 90%가 직장인…‘제2 커리어 쌓기’ 관심 늘어

코로나19에도 모바일만 있으면 ‘비대면’ 자기주도적 학습

국내 유일 원격 국립대학…한 학기 등록금 30만원대 ‘강점’

[경향신문]

경향신문

48년간 형성된 방송대의 82만(졸업생 72만명, 재학생 10만명) 동문 네트워크는 사회적 교류의 발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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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은 유산슬, 이효리는 린다G, 김신영은 둘째이모 김다비….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유재석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이 부캐(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내세우며 인기몰이 중이다. 본캐(원래 캐릭터)만으로도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이들은 부캐를 전면에 내세워 자신의 영역과 커리어 확장을 꾀하고 있다. 자신만의 다양한 콘텐츠가 요구되는 요즘, 하나의 캐릭터만으로는 자신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기에 다른 캐릭터로의 변주를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부캐 열풍은 방송가에서만 일고 있는 것일까? 많은 직업인이 시대 변화에 발맞춰 자신의 본캐를 넘어 또 다른 캐릭터, ‘부캐’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함에 따라 하나의 직업, 특정 분야 전문성만으로는 개인의 커리어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외과 의사 김종대씨(41)는 출근길 대학생으로 변신한다. 올해 대전 베스티안우송병원 원장으로 취임하며 체계적으로 병원을 경영하고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지난 3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정보통계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김씨는 평소 환자 케이스를 연구하며 통계학을 꾸준히 공부했던 터라 일반 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하고자 했다. 하지만 수도권에 거주하며 대전으로 출퇴근하는 김씨가 학업을 이어나가기에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컸다. 그래서 고민 끝에 원격교육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송통신대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정보통계학과 수업으로 익힌 통계 기술을 활용해 환자와 질환을 연구, 의료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환자 발생의 경향과 유입 경로를 분석해 병원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는 등 방송대 수업을 통해 익힌 지식을 실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씨는 “긴 통근 시간을 활용해 학업을 유지하며 병원 CEO로서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지금이 매우 만족스럽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통계 지식을 활용해 더 나은 진료 환경과 병원 경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계속해 방송대에서 일과 학업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오승삼씨(44)는 소방법 제정 업무를 담당하며 법 제정 체계와 용어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지난 3월 방송대 법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오씨는 방송대를 입학하기 전 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업무에 대한 이해가 어렵고, 관련 부서와 협업을 진행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고충을 겪던 중 3년 전 방송대에서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아내가 그에게 방송대 법학과 진학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진학을 결정했다.

그는 낮에는 소방공무원으로, 퇴근 후에는 법학도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업무로 몸은 고단하지만 틈틈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며 또 다른 ‘부캐’를 개발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오씨는 “방송대 수업을 통해 법 제정 단계와 용어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관련 부서와 협업 시에도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면서 “앞으로도 배우고 싶은 분야가 생긴다면 언제든 방송대를 통해 계속해서 배움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송대 통계에 따르면 김종대씨와 오승삼씨 외에도 전체 학생의 90%가 직장생활과 함께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커리어를 종횡으로 쌓으며,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확장하고 성장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자신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방송대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72년 서울대 부속으로 설립된 방송대는 국내 최초의 원격교육 대학으로 오래된 역사만큼 체계적인 학습 플랫폼과 원격교육 노하우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대학이 정상적인 학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방송대는 안정적인 학사 운영으로 국내 유일 국립 원격대학으로서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지난 2월 방송대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유학생과 타 대학에 학점 이수에 필요한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개방했다. 지금까지 30개 대학 1만870여명의 학생이 안전하게 학사과정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를 인정받아 교육부의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송대는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콘텐츠 포털 ‘유노캠퍼스(U-KNOU캠퍼스)’를 구축해 원활한 스마트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유노캠퍼스는 학습자 중심의 강의 제공 플랫폼으로 학습과 연계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습자 관심 분야의 콘텐츠를 추천하는 등 자기주도적 학습 관리 기능을 갖췄다.

더불어 방송대는 전국 48개 캠퍼스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 시스템으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이들의 학업을 돕고 있다. 대학본부·지역대학·학습센터와 시·군·구 학습관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풍부한 학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48년간 형성된 방송대의 82만(졸업생 72만명, 재학생 10만명) 동문 네트워크는 사회적 교류의 발판이 되고 있다. 특히 방송대는 우리나라 주요 인사를 뽑는 선거 때마다 다수의 당선인을 배출하는 등 다양한 정·재계 인사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5월30일 출범한 제21대 국회의원 300명(국회의원 253명, 비례대표 47명) 중 방송대 출신은 지역구 국회의원 14명, 비례대표 3명 총 17명으로 약 6%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2015년 기초지방자치단체장 배출 1위’, ‘2016년 고위공무원단 출신 6위’, ‘2017년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B) 4위’에 이어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선자 28명(10%)을 배출하며 국가 인재양성소의 면모를 이어오고 있다.

또 일반적으로 방송대 학사과정이 원격교육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들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지역과 학과를 기반으로 전국 1400여개 스터디그룹을 운영하며 방송대 풀뿌리 인맥의 근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스터디그룹은 서로의 학업을 도와줄 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문의 정기적인 모임을 추진하여 동문 간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방송대는 국내 유일 원격 국립대학으로서 누구나 방송대에서 자기계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학기 30만원대의 합리적인 등록금을 유지하고 있다.

또 방송대는 사회 취약계층을 배려한 나눔 장학금을 비롯해 결혼이민자와 다문화 자녀를 위한 다문화 장학금,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해 학업을 이어가는 재학생을 위한 고졸후학습자 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 방송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6만7000여명의 재학생들이 170억여원의 장학 혜택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0학년도 2학기 신·편입생, 14일까지 모집

합격자는 내달 3일 발표

방송대는 7월14일까지 2020학년도 2학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입학신청은 방송대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작성하고 졸업(예정)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등을 우편이나 학교로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 합격자 발표는 8월3일이며, 등록 기간은 8월3일부터 6일까지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또는 카카오톡 1 대 1 입학전용 상담 서비스로 확인할 수 있다.


최병태 기획위원 cbt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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