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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일, 강제징용 배상 갈등 평행선…출구 안 보이는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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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일 보복·GSOMIA 종료 맞불 예고

‘G7 확전’ 위기감 고조…“이대론 한반도 외교 잃을 게 더 많아”

[경향신문]

일본이 지난해 7월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강제징용 등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은 무역마찰로 비화했다. 1년이 흐른 지금 양국 간 대립의 골은 심화됐다. 특히 올해 안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면 한·일관계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일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대치하는 것은 갈등의 뿌리인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양국 기업의 자발적 위로금 출연을 골자로 하는 ‘1+1’안을 기초로 논의하자고 했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며 일본 기업에 피해가 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응하지 않은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 자산매각 절차도 임박했다. 실제 현금화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수 있지만, 8월4일부터 법원은 일본제철 자산에 대한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일본은 현금화가 실행되면 보복 조치를 공언해왔다. 정부는 보복 조치 수위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인데, 한·미동맹에 미칠 부담을 감수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유네스코, 주요 7개국(G7),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무대로 양국 갈등이 옮겨가면서 ‘외교전쟁’ 양상을 띠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확대된 G7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방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상황에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도전도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차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이 ‘군함도’ 등 근대 산업시설 23곳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한국인 등의 강제노역 사실을 알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가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청와대와 일본 총리 관저 사이의 ‘정치적 의지’가 관건이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한국을 둘러싼 전체 외교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에서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갈등이 지속되면 한반도 문제 협력은 물론 한·미관계, 미·중 경쟁 대처에서 우리가 잃을 게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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