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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비건, 다음주 방한…대북 협상 재개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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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임기 내 북한과 ‘마지막 대화’ 가능성 점검 등 나선 듯

방한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은 힘들지만…대화 가능” 언급

대화 제안 해석 속 “상황 관리” 관측도…이도훈과 만남 주목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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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가 이르면 다음주 초 서울을 방문해 북한과의 협상 재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미국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이뤄지는 방한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에 서울을 찾는 비건 부장관은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 청와대를 방문해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통해 비건 부장관은 한·미 간 현안에 대해 두루 논의할 예정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이 본부장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 회동에 관심이 모인다.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지난 17~20일 이 본부장의 워싱턴 방문에 이은 후속 협의 성격이다. 당시 이 본부장은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할 여지가 있는지를 탐색한 바 있다. 한·미 양측은 북한과 협상의 문이 열려 있음을 확인하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은 29일(현지시간) 독일 마셜기금이 주최한 화상 브뤼셀 포럼에 참석해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지만, 실무대표 간 협상을 통한 진전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남은 시간과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창궐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면서 “그러나 북·미 사이의 대화는 분명히 가능하며, 우리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외교의 문을 계속 열어둘 것이며 북·미 양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룰 시간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어 “우리는 이미 상당히 분명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설명했다”며 “북한이 대화에 나온다면 우리는 매우 빨리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비건 부장관의 이 같은 언급이 서울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북·미 실무대표 간 대화를 공개 제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파장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데다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실제 대화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비건 부장관이 ‘북·미 정상회담 불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응답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북·미 실무대표가 다시 만난다고 해도 북한 실무대표에게 협상 권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진전이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비건 부장관도 이날 포럼에서 북한 실무대표에게 핵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 협상에서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 사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현실적으로 미국 대선 전에 북·미 협상이 재개되고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미국은 협상 진전보다 대선까지 안정적으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쪽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을 것이며, 이번 비건 부장관의 방한 협의도 그런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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