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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검·언 유착 수사 놓고 벌어진 초유의 검찰 내분,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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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검·언 유착’ 의혹을 두고 검찰이 2개의 외부기구에 수사 방향을 묻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수사팀이 차려진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가 29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의결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같은 날 대검 과장·연구관들이 모인 회의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위원 추천 작업을 마쳤다. 한 사건을 놓고 검찰 내 판단이 갈려 수사심의위와 수사자문단이 함께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을 심의해 수사를 계속할지,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등을 해야 할지 판단하는 제도다. 이와 달리 검찰 내·외부 인사가 함께 참여하는 수사자문단은 대검과 일선 검찰청 의견이 갈려 전문적인 협의·판단이 필요할 때 검찰총장이 소집하도록 돼 있다. 권고적 효력이 있는 두 회의체의 결정은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으나, 그 판단이 갈리거나 어떤 결정이 먼저 나오느냐에 따라 수사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착수한 한 검사장 직접 감찰까지 더하면 검찰 밖에서 3개의 결정이 이어질 상황이다.

검찰 내분은 심각한 선을 넘고 있다. 그 책임은 윤 총장이 자초한 면이 있다. ‘강요 미수’ 혐의를 적용한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대검 실무진이 반대하자 윤 총장은 직권으로 사건을 수사자문단에 회부했다. 이에 반발한 수사팀은 영장에 담을 구체적인 범죄사실도 대검에 보고하지 않고, 대검이 요청한 자문단 추천도 거부했다. 당초 수사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했던 윤 총장이 최측근인 한 검사장 사건에 개입하면서 비호 의혹에 휩싸인 격이다. 급기야 29일 대부분 현직 검사들을 위촉한 것으로 전해진 수사자문단 선정 회의엔 대검 부장들이 불참했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30일 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공개 건의하고 나섰다. 검찰 내부의 지휘체계와 언로·신뢰가 무너진 양상이다. 이 정도면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국민들이 선뜻 믿기가 어렵다. 검찰은 자성해야 한다.

이 사건은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해 수감 중인 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여권 인사 비위를 캐려고 강압취재를 했다’는 의혹 제기로 시작됐다. 국민들은 그 ‘공모’가 사실인지, ‘강요 미수’ 등 범죄가 성립되는지 진상을 알 권리가 있다. 한 검사장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검찰 내부에서 죄가 ‘있다는 쪽’과 ‘없다는 쪽’이 내홍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윤 총장은 독립된 수사를 보장하고, 그 진상을 보고 공명정대하게 사건을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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