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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고] 사다리 걷어차는 6·17 부동산 정책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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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는 지난 17일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주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은 분양 신청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6·17 부동산 정책은 다음과 같이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이 조치는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헌법 제14조)를 상당히 제한한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거주지를 결정할 수 있음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분양 신청을 하고자 하는 조합원은 해당 부동산에 2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또 분양 신청 자격을 얻고자 세입자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게 돼 간접적으로 제3자의 거주·이전의 자유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부동산 소유자 전부가 투기 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했다. 특별한 사정으로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임대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도 있는데, 사유 불문 '무조건 2년'이라는 주거 요건을 두는 것은 소유자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더 나아가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방에서 거주하는 소유자의 직업의 자유 역시 제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둘째, 국민의 재산권(헌법 제23조 제1항) 침해 가능성도 농후하다. 재산권은 본래 사유재산제도를 전제로 한다. 재건축사업 등의 절차 등을 정하고 있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하면 토지 등의 소유자는 분양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는 관리처분계획 등에 따른 토지 등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인 것이다. 그런데 이 조치는 '2년'이라는 주거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분양권 포기를 강요하는 것과 같아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이 조치는 평등권(헌법 제11조)에 반할 여지도 있다. 평등권은 국민의 '기회 균등'과 공권력의 '자의 금지'(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차별이 허용)를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이 조치의 경우 부동산을 매수했으나 특별한 사정에 의해 부동산에서 거주하지 못한 사람과,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후 분양권을 위해 2년의 거주 요건을 채운 사람 및 본래 주거 목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해 거주한 사람 사이의 차별을 야기한다. 이는 단지 '우연한' 사정에 의해 투기 목적이 없었던 소유자를 차별 취급한다.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부동산을 오래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재개발이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그 기간에 비례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고 누구나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한다. 그런데 정부의 조치는 이러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과열된 부동산 열기를 잠재우고자 하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나 갭투자 목적이 아니었던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부동산 시가 상승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방법이 잘못됐다. 금융을 활용해 원리금과 이자를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정부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주택담보대출비율로 인해 부동산을 구매할 수 없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들 대다수가 무주택자다.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돼도 집을 못 사게 만든 정부가 이젠 집 한 채 있는 사람의 수십 년 기대마저 저버리고 있다.

[안갑철 법무법인 감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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