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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노사정 대화, 민노총 도장찍기만 기다리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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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파 "해고금지 조항 없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한 달 넘게 이어진 노사정(勞使政) 대화가 마감 날짜인 30일까지 민주노총 내부의 강한 반발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와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의 등은 일단 민노총의 입장 변화를 기다릴 계획이지만, 합의가 결국 불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사정은 7월부턴 최저임금 심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당초 6월 말까지 대화를 끝내기로 합의했었다.

◇민노총, 수용 여부 결정 못 해

조선일보

/조선일보


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은 최근 잠정 합의문 초안을 만들었다. A4 용지 12장 분량엔 코로나 사태를 맞아 노사정이 각각 양보할 부분이 담겨 있다. '노동계는 경영 위기를 겪는 기업에서 휴업 등 고용 유지 조치에 협력하고, 경영계는 고용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노력하며, 정부는 고용 유지 지원 기간을 연장하고 재정·금융 등을 적극 운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론적 수준의 합의문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잠정 합의문에 민노총은 난색을 보였다. 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민노총 중요 결정은 이 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민노총은 30일 이 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노동계 안팎에선 '현장파' 등 민노총 내 강성 세력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환 현 민노총 위원장은 현장파가 아닌 '국민파' 출신이다. 반대 측은 '해고를 금지하는 강제 조항이 없고, 휴업에 협력한다는 건 결국 정리해고를 용인한 것'이란 주장을 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연말 예정된 새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계파 경쟁을 벌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30일 "일부 구성원이 (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난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딛고 한 걸음 나가야 한다"며 "그게 내 판단이고 소신"이라고 했다. 또 "빠른 시일 내에 제 거취를 포함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단독으로 합의서에 서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 경우 향후 민노총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처음부터 민노총만 위한 대화

한 달 넘게 진행된 노사정 대화 과정을 보면 결국 민노총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화는 애초 김명환 위원장이 정부에 제안해 시작됐다. 합의문엔 노동계 요구처럼 '해고 금지'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경영계가 주장한 '임금 삭감이나 동결'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를 받을지를 놓고 민노총이 사실상 내전(內戰)에 가까운 내부 갈등을 겪고 있고, 나머지는 민노총 결정만 기다리는 모양새가 됐다.

처음부터 노사정 대화가 무리수였단 지적도 나온다. 각종 요구를 정부에 쏟아내고 싶은 민노총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는 민노총을 끌어안겠다는 정부가 다른 참여 주체들을 사실상 들러리로 세우고 대화를 추진했단 것이다. 노사정 대화는 그간 대통령 직속 공식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3월 초 경사노위선 민노총만 빠진 채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사정 선언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민노총 요구로 기존 경사노위와 별도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가 추진됐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은 대화 참여에 부정적이다 뒤늦게 참가했다. 한노총 관계자는 "합의가 언제 될지 불투명해졌다"면서도 "다만 민노총 집안 사정만 해결되면 나머지 노사정 대표들은 언제든 바로 도장 찍을 준비가 됐다"고 했다.

◇최저임금 결정도 쉽지 않을 전망

노사정 대화와 별개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노총은 최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높은 1만770원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경영계는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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