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한국일보 사설] '일국양제' 걷어차고 시민자유 위협하는 中 홍콩보안법 제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홍콩 시민들이 6월 28일 보안법 통과 항의 시위 중 정부측에 '5대 요구 조건'을 가리키는 의미로 다섯 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의 홍콩 치안 직접 개입을 가능케 하는 홍콩국가안전유지법(홍콩보안법)이 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의 부속문서로 추가돼 홍콩 입법회 승인 없이 1일부터 바로 시행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에 치안유지 기관을 설치해 공안 관련 사건 처리를 지휘할 수 있게 된다. 민주화 시위를 겨냥, 국가 분열이나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한 안보 위해 행위 등의 형사 처벌 조항을 신설했고, 관련 재판 때 홍콩 행정수반이 판사를 지명할 수 있는 등 사법 통제 권한도 넓혔다.

홍콩보안법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방향을 정했을 때부터 홍콩 안팎의 우려가 컸다. 이번 법 제정은 무엇보다 홍콩 반환 결정 당시 중국이 영국 등 국제사회와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홍콩의 정치, 경제, 법제를 1997년 반환 이후 적어도 50년간 유지하겠다는 덩샤오핑의 다짐을 20여년 만에 깬 것이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이 보안법 제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이 홍콩 특별 지위 박탈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이유다.

무엇보다 일방적인 홍콩보안법 제정은 일국양제 원칙 아래 삶을 설계해온 홍콩 시민들의 민의를 거스른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많은 홍콩 시민이 보안법 필요성에 찬성하면서도 법 제정 때 여론을 수렴하고 정해진 입법 절차에 따르기를 요구했다. 보안법 집행을 위한 홍콩 내 중국 정부 기관 설치 반대 여론도 많았다. 홍콩보안법은 애초 2003년에도 도입 움직임이 있었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장 민주화 시위 주도 세력에 대한 탄압이 우려된다.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중국 투자와 수출의 거점이면서 국제 금융 허브인 홍콩의 지위 변화도 불가피하다. 한국의 경우 홍콩이 아니어도 중국 수출이 가능한 선택지가 있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문제는 홍콩보안법 문제가 향후 미중 갈등을 부추길 경우 벌어질 일파만파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때문에 먹구름 잔뜩 낀 국내 경제가 악화하지 않도록 민관 일체로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