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사설] 내로남불 장관들 앞세워 어떻게 투기 잡겠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위 공직자들에게 주택을 한 채만 남기고 다 매각하라던 청와대의 권고는 결국 허언이었음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발표에 맞춰 이같이 권고하면서 시한으로 제시한 6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정부 장·차관급 인사들이 10명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백범 교육부 차관 등은 3주택 보유자라고 한다. 여당 국회의원 중에서는 40여명이 다주택자이고, 청와대 참모 중에서도 이런 경우가 여러 명이라고 한다.

각자 나름대로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다. 노부모를 모셔야 한다든가, 팔려고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다든가 하는 등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 때도 그런 사정을 일일이 감안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들끼리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이런 사람들을 앞세워 부동산 정책을 펴 왔으니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놀랐다”고 했다.

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21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을 뿐 아니라 최근의 6·17 대책 후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필요하면 언제든 다음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규제지역을 추가하는 것이 주된 방향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래봤자 집값이 잡힐 리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투기과열 우려가 제기된 지역만 뒤늦게 규제지역으로 묶는 핀셋규제 방식이나 다주택자를 단속하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도 부동산 정책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들이 마치 자기는 예외라는 듯이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인다면 그 정책은 들여다볼 것도 없다. 고위 공직자들의 정책 외면은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다음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면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내로남불 근절 대책을 우선적으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