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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소·부·장 ‘탈일본화’ 절반의 성공…비전략물자 ‘2차규제’ 대비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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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수출규제 1년, 핵심부품 경쟁력 현주소]

공급 자립화·수입선 다변화

불화수소 일본산 비중 42%→9.5%

SK 초고순도 불화수소 양산 돌입

‘포토레지스트’도 국산화 본격화

정부 “공급 안정화 뚜렷한 진전”

일 ‘2차 수출규제’ 위험성 여전

100대 품목 대일 수입 의존 70%

무협 “일 수출규제 일회성 아냐

향후 추가 규제대상 가능성 커”

한국, 기술·품질력 향상 과제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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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면서) 그간 시도조차 어려웠던 벽에 과감히 도전하는 용기를 갖게 됐고, 막상 해보니 되더라라는 경험과 자신감도 얻었다.”(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5월11일 ‘제2차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대화’)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 수출규제 이후 지난 1년간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100대 핵심품목에 걸쳐 ‘탈일본’ 국산 공급 자립화를 위한 총력전을 펴온 결과 “실질적인 공급 안정화에 뚜렷한 진전이 있었다”는 게 정부의 공식 평가다. 다만 일본의 도발 이후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여전히 격화하고 있는 터라 ‘대일 의존형 비민감 전략물자’에 대해 일본이 2차 추가 수출규제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불화수소 가스 일본산 비중 9.5%

30일 정부와 무역협회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선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애초 우려했던 큰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무역협회 집계를 보면, 일본의 수출규제 3대 품목 중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 가스는 지난해 7월~올해 5월(규제 후) 일본산 수입액(700만달러)이 2018년 7월~2019년 5월(규제 전·6300만달러)에 비해 89.4% 감소했다. 불화수소는 해외 의존도가 100%로, 일본 이외 지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해 총수입액 중 일본산 비중을 규제 전 42.4%에서 9.5%로 대폭 낮췄다. 중국산(규제 후 수입 비중 66.0%) 및 대만산(21.9%) 수입을 늘려 일본산 수입 감소분을 대체한 것이다. 국산화도 빠르게 진행됐다. 에스케이(SK)머티리얼즈는 불화수소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뒤 이달(6월)부터 경북 영주 공장에서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 양산(생산규모 15t)에 들어갔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재 ‘포토레지스트’에서도 국산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에스케이머티리얼즈는 2021년까지 생산시설을 준공해 연간 5만갤런 규모의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듀폰으로부터 충남 천안에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시설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이뤄냈다. 삼성전자는 당장 급한 대로 수입선을 벨기에산으로 우회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거래선의 제3국 합작법인이다. 벨기에산 포토레지스트 수입 비중은 규제 전 0.6%에서 규제 후 7.0%로 10배 남짓 늘었다. 일본산 수입액은 규제 전(2억6500만달러·수입 비중 92.8%)과 규제 후(2억7500만달러·86.7%)에 큰 차이가 없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이 소재를 특정포괄허가 대상으로 변경해 규제를 일부 완화한 바 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도 일본산 수입액이 규제 전(2200만달러·수입 비중 92.7%)과 규제 후(3000만달러·92%)에 큰 변동이 없다. 정부와 업계가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산화에 나서는 가운데, 일본도 비록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했지만 자국 수출업체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한국 시장 수출을 전면적으로 틀어막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한-일 분업 체제가 구조적으로 훼손되고 있다고는 해도 우리가 일본산 소재·부품 의존에서 갑자기 탈피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정도 드러낸다.

■ 일본의 2차 보복 위험은 남아

관건은 기술·품질에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일본산을 몇년 안에 추격·대체할 수 있느냐다. 정부가 선정한 ‘소부장 100대 전략품목’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평균 61%에 머물고 있고, 반도체부품(38%)과 디스플레이부품(50%)은 더 낮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도 장비(6.4년)·기계(4.9년)·전기전자부품(4.8년)·탄소나노소재(7.0년)·섬유소재(6.5년) 등에서 뒤처져 있다.

일본이 ‘수출 불허’ 칼날을 돌발적으로 빼 들어 2차 보복 도발에 나설 위험이 여전하다는 점도 변수다. 무역협회는 이날 ‘일본 수출규제 1년’ 보고서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특정 품목에 대한 일회성 조처가 아니라 제도적·포괄적으로, 국내 생산이나 대체가 쉽지 않고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집중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일본 수입규모가 100만달러를 웃돌고 대일 수입의존도 70% 이상인 ‘100대 품목’에서 향후 추가 수출규제 대상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는 전략물자 1120개(민감품목 263개, 비민감품목 857개) 중에 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특별규제하고 있는데, 또 다른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을 특별규제 대상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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