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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그놈 보내" 한마디면, 홍콩인도 중국 가서 재판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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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주권자 해외서 홍콩 독립 주장해도 수사 대상

홍콩 국가안전위, 홍콩 의회 견제 안 받아

중국이 30일 공포하고 시행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대해 중국은 홍콩 사회의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도시를 마비시켰던 대규모 시위를 막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발전 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반면 홍콩 야권은 사법 독립성 등 일국양제의 근간이 훼손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개된 홍콩보안법 내용이 기존 홍콩 정치·사법 시스템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에 따르면 홍콩보안법 관련 수사·기소·재판은 기본적으로 홍콩 당국이 맡는다. 경무처(경찰청 격) 아래 전담 부서가 정보를 수집하고 사건을 수사한다. 홍콩보안법 범죄를 기소할 때는 율정사장(법무장관 격)이 서면으로 동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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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30일 유엔 인권이사회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람 행정장관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국제 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신화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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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단계에서는 홍콩 행정장관의 영향력이 크다. 사건을 맡을 재판부는 홍콩 행정장관이 대법원, 고등법원, 지역법원 등 판사 가운데 약간 명을 지명하도록 했다. 임기는 1년이다. 또 “판사가 피고인이나 범죄혐의자가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석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며 보석을 까다롭게 했다. 지난해 홍콩 시위 당시 일부 중국 매체는 홍콩 재판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보석을 쉽게 허용해줘 시위가 장기화된다고 비판했다.

홍콩보안법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 중앙정부가 필요한 경우 홍콩에서 직접 수사하고 피고인을 중국으로 보내 재판할 수도 있는 점이다. ▲외국 세력 개입 등으로 상황이 복잡해 홍콩 정부가 관할권 행사가 어려운 경우 ▲홍콩 정부가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엄중한 상황 ▲국가 안전상 중대한 현실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경우다. 중국이 홍콩에 설치하는 안보 부처인 ‘국가안전공서’나 홍콩 정부가 요청하고, 중국 정부가 비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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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홍콩 시민들이 중국 국기를 흔들며 홍콩 국가보안법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신화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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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중국 중앙기관인 국가안전공서가 홍콩에서 사건을 수사하고,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이 지정한 검찰 기관이 기소하면 피고인은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지정한 중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절차는 중국 형사소송법에 따르도록 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인을 직접 수사·재판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률 적용 범위에서도 홍콩보안법은 기존 홍콩 법과 다르다. 홍콩 법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해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은 범죄 행위나 결과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홍콩에서 이뤄진 경우 홍콩 내 범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또 홍콩 영주권자나 홍콩에 설립된 기업, 단체가 홍콩 이외 지역에서 홍콩보안법을 위반할 경우에도 처벌대상으로 삼겠다고 했다.

홍콩보안법과 홍콩 법률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홍콩보안법이 적용된다. 법에 대한 해석권은 이 법을 만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상무위원회가 갖는다. 홍콩보안법에 따라 신설되는 총괄기구인 홍콩 국가안전위원회(위원장 홍콩 행정장관)는 법에 따라 홍콩 내 다른 기관, 조직의 간섭을 받지 않고 업무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다. 또 위원회의 업무나 결정은 사법부의 판단으로 되돌릴 수도 없다. 홍콩 의회나 법원으로부터 감시나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위원회는 오직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보고 의무만 진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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