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연합시론] 초고속 추경심사 논란, 적어도 예결위선 야당도 꼭 참여하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는 비유가 있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심사 과정이 꼭 그런 외양이다. 정부의 재정 지출 계획에 관한 나름의 현미경 심사는 국회의 불문율인데, 너무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심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예산 집행의 관건은 타이밍이고 작금의 코로나 경제 쇼크와 민생 악화가 그걸 더 요구하는 측면이 물론 있긴 하지만 졸속 심사 논란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어제까지 이틀간 16개 상임위가 추경안을 의결해 예결위로 넘기는 데는 평균 2시간가량밖에 걸리지 않았다. 운영위는 고작 47분 만에 끝냈으니 속전속결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싶다. 기재위가 그나마 6시간 정도 심사해 가장 길었다. 이 와중에 6개 상임위는 또박또박 증액도 했다. 1시간 20여분간 심의한 산자위는 정부 원안에 2조3천101억원을 얹었다고 한다. 이로써 정부 원안 기준 역대 최대치인 35조3천억원 규모 추경안은 총 3조1천300억원 증액된 38조4천300억원으로 몸집이 커져 예결위 심사에 들어갔다.

이런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미래통합당의 보이콧과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단독의 국회 가동 탓이다. 야당의 제어가 없으니 토의가 줄고 증액 의견에 제동이 걸리지도 않는다. 게다가 민주당은 상임위 가동 전부터 20여일간 당정 간 협의를 하며 정부 원안을 챙겨보고 준비했기 때문에 속도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것은 삼권분립 하 행정부 견제가 최우선 본령인 입법부의 온전한 모습은 결코 아니다. 제1야당의 무대책 태업도, 집권당의 양보 없는 독주도 모두 유감인 이유다. 오죽했으면 기재위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예산 심의가 아닌 통과 목적의 상임위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며 회의장을 떠났는지 양당은 곱씹어야 마땅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 통합당의 아랑곳하지 않는 경직적 태도는 우려를 자아낸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강조하며 오는 3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할 기세이고, 통합당은 보이콧을 철회하지 않은 채 장외 심사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1일 당 회의에서 추경 심사를 더는 못 늦춘다며 쐐기를 박았고,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청와대·정부의 들러리를 설 순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양당 모두 자세 전환을 꾀할 생각이 없는 듯하여 답답하지만, 이제라도 통합당은 조건 없이 등원하여 예결위원회 심사에 참여하고 민주당은 추경 처리 시한을 조금 늦춰서라도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