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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홍콩 금융허브 지위 전면박탈 우려에 국내 금융·산업 '촉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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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이탈 본격화 땐 전략 수정 불가피

아직은 '영향 제한적' 전망 우세

"싱가포르 대안론? 시장성격 달라 현실성↓

아시아경제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지난 달 30일 센트럴 지구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것을 성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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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창환 기자]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처리에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 박탈로 강경대응하면서 국내 금융권과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금융권은 이번 조치로 불가피하게 헥시트(홍콩+엑시트)에 동참해야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일단 향후 전개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홍콩에 진출해 있는 금융사는 총 24곳이다. 홍콩은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통화 가치를 유지하는 달러 페그제와 미국 비자 특혜 등을 바탕으로 1조 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투자자금을 끌어모았다. 홍콩 증시는 기업공개(IPO) 자금 조달액에서 뉴욕증시와 선두다툼을 벌인다. 이 같은 위상의 배경은 미국이 관세ㆍ투자ㆍ무역ㆍ비자 등의 분야에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다.


하지만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로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특별지위가 박탈되면서 홍콩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지만 향후 글로벌 기업들의 홍콩 이탈이 본격화되고 자금조달 등에 문제가 생기면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홍콩에 지점을 둔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홍콩 내 비즈니스 전략 수정에 대해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에는 이르지만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오래전부터 이어진 민주화 시위 등으로 홍콩 내 정세 불안에 대한 학습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홍콩 증시 등이 급변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효과와 적응력의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관련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달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홍콩 익스포져는 60억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져의 2%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우리 금융권, 특히 홍콩 현지에서 영업을 하는 금융사들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현지에서 특별한 동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싱가포르 대안론'도 제기되는데 홍콩은 주식과 채권, 싱가포르는 외환과 원자재 등으로 특화분야의 차별이 분명해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산업계 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홍콩 수출액은 약 319억달러다. 중국과 미국, 베트남에 이어 네번째 규모다.


홍콩 수출 중에서 반도체가 223억달러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223억달러 중에서 90%가 중국으로 재수출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홍콩에 수출되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 규제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당장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 홍콩 수출이 막힌다면 중국으로 직수출도 가능하다.


다만 미ㆍ중 무역갈등이 격화된다면 경기 악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반도체 수출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또한 중국 직수출 시 수반되는 추가 물류비용도 부담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세계적으로 관세가 없이 거래되는 상품인데다 미국이 홍콩으로 가는 한국산 반도체에 규제를 한것도 아니라서 당장 피해는 없다"면서도 "미ㆍ중 갈등이 격화로 인한 수출물량 감소 등은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멈춰서 실적 부담이 커지는데 홍콩 리스크까지 생긴 것도 업계에는 부담이다.


석유화학 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홍콩에 수출되는 우리 석유제품은 지난해 기준 약 11억달러로 반도체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석유화학 제품 중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기적인 피해보다는 장기적인 업황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당장 큰 피해가 없더라도 무역갈등이 장기화된다고 보면 반도체나 석유화학 뿐 아니라 다른 산업과 금융 등 우리 경제에는 악재가 분명하다"며 "직수출 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대만 등 다른 수출 루트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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