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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60년전 시인 백석의 기행…김연수 '일곱 해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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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김연수 작가의 8년 만의 장편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사진 = 문학동네 제공) 2020.07.0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2001년, 천재시인 이상의 삶과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를 다뤘던 소설가 김연수가 시인 백석을 다룬 신작 장편 소설로 돌아왔다. '일곱 해의 마지막'.

1일 출간된 김연수 작가의 '일곱 해의 마지막'은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변한 세상 앞에 선 시인 '기행'의 삶을 그려낸다.

1930~1940년대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다 전쟁 후 북에서 당의 이념에 맞는 시를 쓰라는 요구를 받으며 러시아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주인공 '기행'의 모습은 우리에게 실존했던 한 시인을 떠오르게 한다. '백석'. 그의 본명이 백기행이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 역시 백석 시인의 '석탄이 하는 말' 마지막 단락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당을 위한, 인민들을 위한 이 시에서 백석은 인민으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말한다. '우리 빨갛게 타고 타련다 /일곱 해의 첫 해에도 /일곱 해의 마지막 해에도'.

김연수 작가는 기행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전쟁 이후의 행보가 불확실한 백석의 삶을 기행을 통해 새겨 넣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일들, 마지막 순간에 차마 선택하지 못한 일들, 밤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 속 기행의 삶은 전쟁 이전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것과는 달리 시인으로 기억되지도 못했고,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지도 못했으며, 시골 학교의 선생이 되지도 못한, 우울한 삶으로 그려진다. '기행' 개인의 삶을 놓고 보면 실패한 인생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기행이 꿈꿨지만 이루지 못한 것들, 간절히 원했으나 실현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시대와 개인을 뛰어넘어 '지금이 아닌 미래의 언젠가' 이뤄지기도 함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한 백석연구가의 과거 인터뷰를 살펴보면 백석 시인은 세간에 그저 천재시인, 미남 모던보이로 불린다. 여류시인이나 기생집에 얹혀살고, 아내와 자식을 신의주에서 버린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따라다닌다.

하지만 백석은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히는 시인이며 시대와 불의에 저항한 시인이다. 그의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김연수 작가는 그의 불분명한 행적을 되살림으로써 백석에 대해, 현실의 벽에 부딪힌 작가의 삶을 소설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248쪽, 문학동네, 1만3500원.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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