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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금감원 “라임 무역펀드 계약취소, 투자원금 100% 반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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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조위, 4건에 첫 ‘착오 취소’ 결정

부실 알고도 정상 펀드와 섞어 팔아

라임·신한금투 사실상 사기 판단

문제된 라임펀드 10%인 1611억 해당

판매사들 분조위 결정 따를지 관심


한겨레

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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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맞았던 라임 무역펀드 피해자에게 판매사가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가 나왔다. 계약을 취소하고 원금 100%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라는 결정이 내려진 것은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사상 처음이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금융사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1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지난달 30일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조위는 계약을 취소하고 펀드 판매계약의 상대방인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원금 100% 배상은 역대 최고 비율이다. 지난해 12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분쟁조정에서는 투자 손실의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온 바 있다. 판매사들이 이번 분조위 결정을 따르면 최대 1611억원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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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조위가 처음으로 ‘100% 투자원금 반환’ 결정을 내린 것은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무역펀드를 팔면서 사실상 사기를 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신한금투는 2018년 11월 투자한 국외 무역금융펀드(IIG·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 사무관리사로부터 펀드가 부실하며 청산절차를 개시하겠다는 통지를 받았다. 하지만 신한금투와 라임은 피해를 공개하지 않고 펀드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실이 난 펀드를 정상 펀드와 섞는 등 부실을 전이시켰다. 지난해 1월 미국을 방문해 무역펀드 투자금액 2000억원 가운데 약 1000억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파악했지만 펀드 판매를 멈추지 않았다.

분조위는 이처럼 부실을 알고도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등을 허위로 기재하고, 판매사는 이를 그대로 투자자에게 제공해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착오를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판매자가 투자자 성향을 임의로 기재하거나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는 등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방해해,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철웅 금감원 분쟁조정2국장은 “분조위에서도 ‘사기 취소’와 ‘착오 취소’를 모두 고려했지만, 사기는 형사재판을 통해 확정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해 신속한 구제를 위해 동일한 효과를 주는 착오 취소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분조위 결정은 환매가 연기된 라임 전체 펀드 1조6679억원 가운데 무역펀드 1611억원(2018년 11월 이후 판매분)에만 해당한다.

라임 무역펀드 분쟁 조정은 당사자인 신청인과 금융사가 조정안을 받은 뒤 20일 이내에 이를 수락해야 성립된다. 판매사들은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판매사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650억원, 신한금투가 425억원, 하나은행이 364억원, 미래에셋대우가 91억원, 신영증권이 81억원어치 펀드를 팔았다. 한 판매사의 고위 관계자는 “라임과 신한금투에 잘못이 있다는 금감원 판단이 내려졌으니, 먼저 고객에게 투자원금을 반환하고 신한금투 등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이라는,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이 길이 금융산업 신뢰회복을 향한 지름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금융사들이 분조위 결정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논평을 통해 “판매사들이 수용한다면 분조위 신청 4건뿐만 아니라 해당 피해자 전원에게 전액 배상을 해야 하므로 사실상 집단소송의 효력을 가지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모펀드 피해 해결을 위한 중요한 선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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