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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98% 까인 깡통상품 팔았다"…금융분쟁 사상 첫 100% 보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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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조위 "라임 무역금융 펀드 전액반환" 결정

판매자가 허위로 투자정보 설명…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지나친 결정" 지적도…미숙한 투자만 초래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한 지 넉 달 만에 첫 투자자 구제방안을 내놨다.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가 펀드 가입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100%)을 돌려주라는 결정으로,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이 있는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에서 이런 조정안이 나온 건 처음이다. 일상생활에서 자동차사고가 나면 멈춰 있는 차를 뒤에서 들이받지 않는 한 일방과실(100대0)은 없다면서 쌍방과실(90대10) 처리를 해온 사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판매사들이 계약체결과 동시에 투자원금을 최대 98% 까먹는 ‘깡통펀드’를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를 적용한 결과다. 수익률과 투자위험 등 총 11개 중요항목을 허위·부실 기재한 투자제안서를 면밀한 검토 없이 그대로 투자자에게 제공하거나 설명한 것이 잘못된 투자판단을 유발한 ‘동기’가 됐다고 본 것이다.

이데일리

1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정성웅 부원장보가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성웅 금감원 소비자 권익보호 부원장보는 1일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 4건에 대해 모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해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판매사에 권고키로 결정했다”면서 “2018년 11월 이전 판매분에 대해서는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아 투자원금 전액 반환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향후 손해가 확정되면 조속히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조위에 상정된 4건은 무역금융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108건 중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72건에서 대표적인 유형을 선별한 것이다. 이들 사례가 대표성을 띠는 만큼 투자자 전원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주라는 결정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무역금융펀드 판매액 2400억원 가운데 2018년 11월 이후 판매분은 1900억원가량이다. 이 중 중도 환매된 금액을 빼면 1611억원(개인 500명·법인 58개사)이 남아있다.

판매사별로 보면 우리은행 650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이다.

전례 없는 계약취소의 근거로는 펀드 가입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총 11개의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는 이를 그대로 투자권유에 활용함으로써 투자자가 오판을 내리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일부 판매직원은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거나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는 등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기회를 박탈한 사실도 있었다.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가입과 동시에 막대한 손실이 예견되는 상품에 돈을 붓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30일 열린 분조위 참석자들은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느냐, 민법을 적용하느냐 등 각론에서 이견이 있었을지언정 총론인 투자원금 전액 반환에 대해선 일치된 의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결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영숙 숭실대 교수는 “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여론에 떠밀려 피해구제 일변도로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성숙한 투자가 아니라 미숙한 투자만 낳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판매사들은 선뜻 조정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투자자 보호를 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검토결과는 신속한 시일 내로 투자자에게 안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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