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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낙연 “남자는 철 없어” 발언 논란에 사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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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남자는 엄마되는 경험을 못해 철이 없다”는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의원은 해당 발언에 대해 비판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부족함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바이오헬스를 주제로 강연하던 도중 “이낙연 학설인데 인생에서 가장 감명깊은 순간 중 하나는 소녀에서 엄마로 거듭나는 순간이고, 남자는 그런 걸 경험하지 못해 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후조리원 문화에 대해 “가장 감동적인 변화의 순간에 대접받고 배려받으며 그 변화를 겪고 싶은 게 당연한 욕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비혼·난임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고, 출산과 육아의 역할을 여성에게만 떠넘기는 구시대적 의식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출생을 경험한 여성을 우대하는 척하며 출생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 모두 전가하고, 아빠의 역할과 책임, 경험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점잖은 막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또 “산후조리를 대접과 배려로 생각했다니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산후조리를 신체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여성들은 사회적인 편견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산후조리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사과를 촉구했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도 논평에서 “여성만을 출산 육아의 책임을 진 존재로 몰고 아버지 역할은 폄하했다”며 “출산하지 않으면 철이 없는 것인가. 비혼이나 난임 부부에 대해 공감도 배려도 없는 차가운 분이었다 다시 보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이 의원은 뒤늦게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의 부족함을 통감한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려는 뜻이 있을 리 없다”고 밝혔다. 그는 “1982년 아버지가 됐던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이 말을 꺼낸 것”이라며 “모성의 소중함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었지만, 정작 어머니를 비롯해 세상의 여성들의 겪는 고통과 희생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제가 아버지가 됐던 4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이 변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시대의 변화와 국민 한분 한분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낙연 의원이 페이스북에 밝힌 사과문 전문.

오늘 아침 제가 강연 중 했던 일부 발언이 많은 분들께 고통을 드렸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통감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그 순간이다. 남자들은 그런 걸 경험 못 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든다.”

1982년 어느 날, 한 생명을 낳고 탈진해 누워있던 아내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강연에서 저는 삼십 대 초반에 제가 아버지가 됐던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이 말을 꺼냈습니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려는 뜻이 있을 리 없습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놀랍고 위대합니다. 저를 낳은 어머니가 그러셨고, 아내 또한 그랬습니다. 모성의 소중함에 대해 말씀드리며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를 비롯해 세상의 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희생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부족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여성만의 몫일 수 없습니다. 부모가 함께 해야 하고, 직장, 마을, 국가가 해야 합니다. 이제 제가 아버지가 되었던 4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변했습니다. 아버지들이 육아를 함께하시고, 직장에도 출산육아 휴직제도가 생겼고, 국가의 지원도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또 제가 30대이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삶의 모습과 선택은 다양해졌습니다. 성숙한 사회란 다양해진 선택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라 생각합니다. 정치의 역할은 모든 국민이 자신이 선택한 삶에 자부심을 갖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제게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잘 듣고, 더 가깝게 소통하겠습니다. 저만의 경험으로 세상을 보려 하지 않는지 경계하며 더 넓게 우리 사회를 보겠습니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 한분 한분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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