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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한국에살며] 군대 보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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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둘째 아들은 이번에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여 ROTC 군장교로 입대를 하였다. 두 달여의 훈련을 마치고 앞으로 2년 동안 복무할 곳은 강원도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38선과도 가까운 부대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엄마가 한국 사회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많고 남편도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는 편이라서 아이들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편이다. 특히 둘째는 혼자서 모든 것을 정하며 부모의 신세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 대학 방학 동안에도 매번 군사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얼굴을 자주 보기가 힘들었다.

이번에 아들이 복무지에 들어갈 때에는 아들의 짐을 싣고 남편이 운전해 셋이 함께했다. 장남이 군대에 갔을 때 군복무지는 경기도 파주였는데 그곳은 깊이 들어갈수록 군부대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강원도도 분명 군사색이 짙은 동네가 아닌가 생각했다.

세계일보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그러나 실제로 도착해서 본 것은 의외로 매우 평화로운 시골마을 분위기였다. 단층집이 이어진 거리의 상가 끝에 녹색 산을 등진 작은 초등학교가 있었다. 그 녹색 산 너머가 북한이라고 한다. 학교 옆에는 아이들이 다니는 피아노학원도 보인다. 아들이 증명사진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 마을에 있는 사진관에 들어갔다. 밖에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벤치와 가로등, 빨간색 스포츠카가 진열되어있는 곳에서 야외촬영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마치 신혼부부에게 좋을 것 같은 풍경이다.

사진을 받고 나서 우리 가족은 작은 상가의 고깃집에 들어가서 때 늦은 점심을 먹었다. 들어갔을 때 식당 안에는 우리와 같은 가족들이 고기를 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얼른 주문해서 고기를 구웠다. 고기는 연하고 소스도 아주 맛이 있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또 한 가족이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가족처럼 보였다. 남편은 아들에게 맛있는 고기를 더 먹이고 싶어서 자기가 먹을 틈도 없이 계속 고기를 구웠다. 식사를 하면서 남편이 물었다. ‘취직도 어렵고 그냥 군대에서 일하는 게 어떻겠느냐.’ 그 말은 몇 번이나 들은 말이다. 남편은 학교를 졸업한 아들의 제대 후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들은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미술을 전공했다. “군인을 직업으로 할 수는 없어” 라며 아들은 언제나 늘 하던 말을 되풀이했다.

한국전쟁으로 남북 분단이라는 비극을 겪은 한반도는 지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지대로서 아직도 남북이 대치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지금의 남북관계의 상황을 보면 병역은 피할 수 없다. 한국 사회의 모든 면에서 징병제는 한국 사람들의 생활에 밀착되어 영향을 준다.

아들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바로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었다. 4년 전 장남 때도 군대에 보내자마자 비슷한 분위기가 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남한과 북한은 좋아지면 다시 악화되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민족이 더 이상 서로를 견제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아들을 군대에 보냈던 그 평화롭고 그림 같은 동네가 머리에 떠오른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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