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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지휘 거부… ‘코드 항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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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수사자문단 가동중단 요구 거부 / 이유·절차 설득력 떨어져 / 秋법무 “필요하면 결단하겠다”

세계일보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전문수사자문단에서 이 사건을 다루기로 한 검찰총장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그제 “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사건 지휘에서 손을 떼라는 얘기다. ‘건의를 드린다’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항명으로 보고 있다. 검찰 난맥상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중앙지검이 내세운 거부 이유와 절차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 공모해 수감 중인 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여권 인사 연루설을 털어놓으라고 강요했다’는 사건은 혐의 성립 자체가 불분명하고, 증거 존재 여부 등 논란이 많다. 중앙지검은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재가를 요청했지만, 대검 측이 요구한 구속 사유서와 사건 기록은 보내지 않았다. 두 차례 수사 지휘도 거부했다고 한다. ‘충분히 규명되지 않아 수사자문단 소집에 응할 수 없다’는 주장은 옹색하다.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소집 요구에 불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검은 “수사가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기본마저 저버렸다”고 반박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어제 국회 법사위에서 윤 총장을 겨냥해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압박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수사자문단 회부에 대해 “아주 나쁜 선례”라고 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지난 1월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수사 때 전국 검찰청에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검찰수사심의위 등 외부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내로남불 아닌가. 추 장관 발언 다음 날 이 지검장이 같은 사안으로 윤 총장의 지휘를 거부한 것은 ‘윤 총장 때리기에 동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로, 현 정권 들어 법무부 검찰국장, 중앙지검장까지 승승장구했다. 중앙지검장 취임사에선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모호한’ 사건에 영장을 청구하고 검찰총장을 들이받는 무리수를 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윤 총장을 찍어내려는 현 정권 기류에 맞춘 ‘코드 항명’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지검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대검이 최종 결정한 이상 따라야 한다. 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의 지휘를 대놓고 거부하는 건 조직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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