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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촛불민의는 어디에 있나요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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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지난해 12월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과 노란 풍선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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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은 48년 만에 합법적으로 열린 첫 야간집회 소식을 전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의 야간집회 금지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국회가 집시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자 신고만 하면 밤에도 집회를 할 수 있게 야간 옥외집회가 허용된 것인데요.

당시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렇게 되면 폭동으로 나라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처럼 걱정을 했지만 집회 모습은 평화롭고 차분했습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0년 7월1일 밤 전국서 6건의 집회가 열렸지만, 아무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습니다. 그날 밤 서울 청계광장 옆 소공원에서는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캠페인’을 열었습니다. 시민 50여명은 48년 만의 첫 합법 야간집회를 축하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와 함께 자유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이날은 경향신문뿐 아니라 타매체들도 현장에 나와 취재 경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보도들을 보면 퇴근길 집회에 참석한 직장인들의 모습과 댄스팀 공연을 스케치하는 등 참가자들이 밤에도 질서를 지키면서 자유롭게 밤놀이 하듯 집회를 이어갔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집시법 개악 시도는 계속됐습니다. 한나라당이 야당과 몸싸움을 하며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집시법을 개정하려 했으나, 2014년 헌재가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의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해 규정이 힘을 잃었습니다.

경향신문

48년만에 합법적으로 열린 첫 야간집회 소식을 전한 2010년 7월2일자 경향신문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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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집회는 촛불시위로 성장했고, 국제 사회의 관심을 받으며 촛불혁명이 돼 정권을 바꾸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촛불 시민들에 의해 정권이 바뀐지 3년이 지났지만, 촛불 정신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는 의문입니다. 코로나19를 빌미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목소리는 사그라들고, 비정규직 문제와 부동산 등 민생분야에서 설익은 대책들을 제시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습니다.

시대를 역행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수상한 행보와 권력형 성범죄, 고위 공직자 자녀의 입시 비리 및 다주택 보유 논란 등은 시민들이 비판했던 ‘적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성찰 없는 모습을 보이며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 당시 촛불 시민은 물리적인 정권 교체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관행화된 반칙과 특권, 비리, 부패 등을 개혁해 달라는 시대정신을 담은 집단지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촛불의 주역이었던 20·30대들은 한국 사회에 공정을 되묻기 시작했고, 서민들의 삶은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로 나날이 고단해 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부동층이 늘면서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정치권과 사회 모든 세력은 시민들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촛불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할 때 인 것 같습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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