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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일사일언] 케네디처럼, 베토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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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영훈 프레임 몬타나 대표


나에게 멋에 대한 영감을 준 인물들이 있다. 스포츠계에선 야구선수 장훈이다. 유니폼만큼 멋진 복장도 없지만 일본의 정신적 심장부라는 거인군 4번 타자의 복장은 경지가 다른 것이었다. 타석에서 당당히 공을 기다리는 그 자세에서, 코흘리개 시절 '멋'이라는 개념이 싹텄다. 둘째는 비에른 보리. 그는 요즘 용어로 쿨함과 스왜그(swag)를 다 갖춘 첫 글로벌 스포츠 스타로 기억된다. 운동복이 저리도 귀족적이면서 동시에 섹시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그의 복장을 '따라쟁이' 하고 있다.

기업계에선 우선 고(故) 정주영 회장이다. 일반적 멋부리기와는 담을 쌓은 분인데, 극과 극은 통해서인지 멋있었다. 늘 입고 다니던 공사판 점퍼는 일에 몰두하는 남자만큼 멋진 남자도 없다는 걸 일깨웠다. 또 한 명은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다. 모든 걸 다 가져본 남자의 노년기 사진 몇 장에 범접하기 어려운 깊이와 카리스마가 담겨 있었다. 그리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아니어서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정치인은 별로 언급하고 싶은 인물이 없으나, 한 사람 있다면 존 F 케네디다. 다만 일하는 모습이 아니라 일에서 떠나 있던 모습이다. 여유롭게 단추를 푼 옥스퍼드 셔츠, 체크바지, 아메리칸 캡 등등. 캐주얼하지만 품위 있게 차려입은 멋진 청년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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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에선 르코르뷔지에와 쇼스타코비치다. 이 둘은 안경을 단지 시력 보정 기구로 치부하지 않았다. 1㎜ 오차도 없는 정확한 '핏'을 보여줬고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들을 멋지게 소화했다. 이들을 통해 안경이 예술로 재탄생했다.

내면의 멋이라는 관점에선 베토벤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청력을 잃고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합창교향곡'을 남겼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렇다. 자신에 대한 사랑! 그것이 끝까지 끈을 놓지 않은 진정한 멋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는 '스포츠맨십'을 가훈으로 삼았던 아버지. 대단한 건 아니다. 그저 일상에서 앞과 뒤가 다르지 않고, 거짓말 안 하고, 매사에 공정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멋지다는 얘기다.

[최영훈 프레임 몬타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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