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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사설]與, 추경시한 집착 말고 野, 등원해 철저히 심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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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35조 원 규모의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부실 및 졸속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로 넘어가기 전에 소관부처 관련 사업을 들여다보는 상임위 예비심사 절차는 사실상 도장만 찍어주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운영위는 그제 개의한 지 50분 만에 추경 심사를 끝냈다.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지 나흘 안에 무조건 추경 처리를 끝내겠다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여당이 추경안은 사전에 당정 협의를 거쳤으므로 졸속심사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다. ‘원 팀’으로 움직이는 정부와 여당이 하는 당정 협의는 야당이 참여해 여야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을 벌이는 국회 예산심사를 결코 대체할 수 없다.

여당의 폭주는 예산 절약과 효율적 집행이라는 예산심사의 기본 정신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당과 손을 잡고 ‘4+1협의체’를 만들었던 정의당 소속 의원이 “심의가 아니라 통과 목적의 상임위 개최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회의장에서 퇴장했겠는가.

여당이 추경 처리시한으로 못 박은 6월 임시국회 종료일은 국익이 걸린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여당이 촉박한 시한에 쫓기듯이 날림으로 진행한 추경 심사가 여당이 표방하는 ‘일하는 국회’의 전범은 아닐 것이다. 여당은 11일까지 추경 처리시한을 늦추면 추경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파행 심사를 중단해야 한다.

미래통합당도 장외 투쟁 대신 원내 대응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추경 심사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장을 상대로 야당 의원들의 상임위 강제 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거나 법적 대응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야당 자체의 상임위원 명단을 속히 제출해 상임위를 재조정하는 사·보임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의원들의 상임위가 배정되면 소관 상임위가 졸속 심사한 내용을 포함해 정부 추경안의 문제점을 제대로 따지고, 개선 방안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귀중한 세금이 쓰이는 추경은 결코 다수의 힘으로 졸속 처리할 사안이 아니며, 야당이 여당의 일방주의에 항의하는 수단으로 심사를 보이콧해버릴 그런 사안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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