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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만물상] ‘대통령 命보다 돈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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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해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당국자들에게 “집값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했다. 이듬해엔 솔선수범 차원에서 서울 홍은동 빌라도 팔았다. 하지만 집값은 대통령 기대와 거꾸로 갔다. 작년 말 경실련은 문 정부 30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이 32% 급등했고, 청와대 참모들 집값도 평균 3억2000만원 올랐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파문이 일자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이 나섰다. 그는 "수도권에 2채 이상 주택을 가진 청와대 고위 공직자는 1채 빼고 나머지는 팔라"고 했다. 비서실장의 명(命)은 대통령의 명령과 같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도 한 채 빼고 처분하라"고 거들었다. 영(令)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교수가 꼬집었다. 엊그제 조 교수는 청와대 비서들을 향해 "대통령이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놀랐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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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청와대 수석급 5명, 1급 비서관 7명 등 고위직 참모 12명이 2주택 이상을 갖고 있다.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했던 노 실장조차 서울 서초구 아파트(45㎡, 5억9000만원), 충북 청주시 아파트(134㎡, 1억5600만원) 2채를 그대로 갖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도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과 경기 의왕시 아파트 등 2채를 보유 중이다.

▶문 정권과 한 몸인 참여연대도 "앞으로 고위 공직자 임명 시 다주택자를 배제하고, 다주택 고위 공직자는 집을 즉각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분양권 전매 제한 탓에 못 판다" "코로나 탓에 시장이 얼어붙어 안 팔린다" "친척이 살고 있어 못 판다" 등등 갖가지 핑계를 댄다. 과연 그럴까?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다는 해석이 있다. 다주택자 비판 여론에 떠밀려 재작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94㎡)를 23억7000만원에 팔았는데, 지금 시세는 35억원에 이른다. 가족들이 ‘집을 파느니 공직을 관두라’고 하니 못 파는 것이란 말도 나돈다. 해명에 나선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이 “수도권에 다주택을 가진 분만 해당된다”고 했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그럼 지방에는 수백 채 갖고 있어도 1주택자?” “다주택자 중과세 때릴 때 서울 집만 따지냐” “세종시는 대한민국이 아니고 평양시냐”…. 분노와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청와대에 있어도 최우선은 ‘돈’이고 대통령 명은 두 번째다.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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