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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 불발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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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끝내 불발됐다. 어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노사정 대표자 간 협약식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민주노총이 마지막 단계에서 참석을 포기함으로써 성사되지 못한 것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참석하려 했으나 조직 내 비정규직 등 일부 강경파 조합원들의 반발에 가로막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이번 합의가 새로운 노사 문화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협약식이 예정대로 열렸다면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양대 노총이 함께 참여한 사회적 합의로 기록됐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경제 여건은 외환위기 때보다 악화된 상황이다. 대표자들 사이에 이미 협약문까지 합의된 것이 그런 위기 인식 때문이었다. 사용자 측은 고용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노동자 측은 불가피한 노동시간 단축과 휴업·휴직에 협력한다는 것이 협약의 기본 내용이다. 이러한 취지가 노사 현장에서 실현된다면 곤경에 처한 경제와 민생을 떠받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특히 여야 정치권이 상생을 포기한 채 정쟁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로서는 모처럼 기댈 언덕이 하나 생기는 셈이었다. 그런 기대가 깨지고 만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남아 있다. 비록 협약식은 무산됐지만 한국노총은 참여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다 민주노총도 완전히 발을 뺀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으로서도 국난 극복에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쉽사리 뿌리칠 수는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내부 반발에 부딪치자 자신의 거취를 포함해 판단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성급한 처신은 금물이다. 이번 노사정 회의를 제안한 당사자로서 끝까지 내부 설득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노총 일각에서 이번 대타협 움직임에 반발하는 이유는 해고 위협에 있다. 노사정 대표자들 사이에 합의된 협약문으로는 해고 위협을 없애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지속적인 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 강경파의 몽니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노사가 상호 고통분담을 전제로 노동자들이 느끼는 해고 위협을 좀 더 줄이는 방안을 찾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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