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엘버스 교수가 분석한 '블록버스터 된 K팝'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애니타 엘버스(47)가 K팝의 성공 비결에 주목했다. 대중문화산업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블록버스터 법칙'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학자. 그는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온라인판 최신 호에 K팝과 빅히트, 대형 기획사(SM·JYP·YG) 3사를 연구한 '빅히트와 블록버스터 밴드 BTS: K팝 해외로 뻗어나가다'를 발표했다. BTS의 한 해 경제 규모는 49억달러(약 6조원), 블랙핑크의 인기는 YG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엘버스가 K팝에 주목한 이유다.
◇기획사 역할 대신하는 K팝 팬들
K팝의 성공 요인으로 우선 '360도 전방위적 접근'을 꼽았다. 매니저, 음반사, 변호사, 공연 기획사, 스타일리스트 등이 개별적으로 가수와 계약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이 모든 서비스를 단일 소속사가 대행한다. '13~15세 재능 있는 후보 찾기→수년간 훈련→유망주들을 모아 그룹 결성'의 과정을 거치는 인재 양성 시스템의 효율성도 비결로 꼽았다. 엘버스는 또 "최신 패션과 뷰티 산업의 트렌드와 밀접하고, 남자나 여성의 단일 성별로 구성된 그룹이 많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K팝 성공 비결은 뭘까. 앞으로 지속 가능할까.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애니타 엘버스 교수가 최근 분석했다. ①지난해 10월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러브 유어 셀프: 스피크 유어 셀프’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 때 방탄소년단. ②최근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블랙핑크. ③최근 낸 앨범이 빌보드 메인 차트 14위까지 오른 NCT127. /빅히트·YG·S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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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버스 교수는 다른 장르보다 훨씬 더 높은 참여도와 열정을 가진 팬들도 K팝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K팝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지지한다"며 "일주일에 5000달러(약 600만원)를 자비로 들여 가수들 광고를 싣고, 컴백 시즌엔 음악 차트 순위를 올리려 조직적으로 활동한다"고 했다. 미국 BTS 팬들은 방송사에 케이크와 꽃을 보내는 등 기획사가 해야 할 마케팅을 팬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한다. 엘버스는 "기획사는 가장 헌신적인 팬들에게 가수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했다.
◇빅히트, 기존 K팝 시스템에 자율성 부여
엘버스는 특히 BTS와 빅히트의 성공은 기존 K팝 시스템에 자율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대표적인 것이 재계약 문제. 지난해 불거진 BTS의 재계약 불화설에 대해 엘버스 교수는 방시혁 의장·윤석준 글로벌 대표이사를 인터뷰했다. "멤버들은 '7년을 더 줄 테니, 우리가 이룬 성공에 대해 그만큼의 기여도를 인정해주고 계약에 반영해달라'고 했다. 논의하는 동안 변호사나 대리인들이 참석해 탁자를 쾅쾅 두드리는 갈등은 없었다. 돈 이야기도 많이 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사인할 땐 우리와 멤버들뿐이었다."
엘버스 교수는 빅히트가 BTS에게 한 달간의 장기 휴가를 준 것도 K팝 기획사의 진화라고 봤다. "우리는 그들에게 3~4일의 휴가는 도움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이돌들이 휴가를 가는 건 도박이다. 팬들이 떠날 거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방 의장은 또 "멤버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에도 간섭하지 않는다"며 "가끔 멤버들이 조언을 구해오지만, 우리는 그들의 결정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다. 엘버스 교수는 "빅히트가 나이에 관계없이 존댓말을 하는 것도 보기 드문 관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BTS 성공 모델이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재계약 이후 부진에 빠지는 경우가 있고, 병역 문제도 변수다. 이에 대해 방 의장은 "난 최근에야 K팝 성공 공식을 찾았다고 느낀다. 팬을 관리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게 됐다. K팝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답했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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