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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JB운용 또 뒤통수 맞았다, 해외부동산펀드 ‘깜깜이 투자’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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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이 3200억원어치 팔았던 'JB호주NDIS 펀드'는 지난해 9월 사기에 휘말렸다. 이 펀드는 호주 정부의 장애인 임대 아파트에 투자해 임대 수익을 얻는 사모펀드인데, 현지 사업자인 LBA캐피털이 투자금으로 엉뚱한 토지를 샀다. 그 과정에서 대출 서류도 위조했다. 투자 원금 중 86%는 회수했지만, 나머지는 불확실하다. 10개월 후인 지난 6월에는 하나은행이 250억원가량 판매했던 'JB영국루프탑 펀드'가 환매 중단됐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영국 주요 도시 건물의 증축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만기가 6개월이 지나도록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운용사인 SA 특수목적법인(SPC)이 루프탑 사업이 아닌 개발사업에 일부 투자하면서 만기가 꼬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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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영국 부동산펀드 모두 현지 운용사가 계약 위반



두 펀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JB금융지주 계열사인 JB자산운용이 상품 운용을 맡았다는 점이다. 최근 사모펀드 환매 중단 같은 금융사고가 수시로 터지지만, 한 운용사에서 해외 부동산 펀드 사고가 잇달아 터진 건 흔치 않다. 게다가 모두 현지 운용사에 뒤통수를 맞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해외 부동산 펀드의 대표적인 부실 사례로 꼽는다.

JB자산운용은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특화된 중소형 운용사다. JB금융지주가 2014년 더커자산운용을 인수해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원래 자원펀드가 강점이었지만, 2014년 말 김기홍 대표(현 JB금융지주 회장)가 새 수장이 된 뒤 부동산·인프라 투자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2015년 1000억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JB광교부동산투자신탁)에 투자했고, 2016년엔 미국 뉴저지 가스화력발전소 사업에 3800억원가량을 펀드 형태로 투자했다. 한 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IB) 담당자는 "소형 운용사로선 드물게 부동산, 인프라 등 해외 대체투자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곳"이라며 "인력과 조직 확대에도 꽤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14년 말 6000억원대에 불과했던 JB자산운용의 운용 자산은 김 대표의 지주 회장 선임 직전인 2018년 말 5조5000억원대로 8배가량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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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문제 생긴 JB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펀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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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운용사 검증 안 돼"



그러나 자산 운용 능력, 전문성 등 내실이 외형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사업자가 JB운용의 두 펀드를 통해 빌린 돈을 마음대로 다른 자산에 투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여기다 호주 부동산 펀드의 현지 사업자인 LBA캐피털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신생 회사로, 장애인 임대주택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용권(라이선스)조차 보유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을 투자할 때 계약은 물론 현지 사업자 선정, 관리도 운용사의 몫"이라며 "운용사가 투자 확대에만 치중한 나머지 철저한 실사 등 기본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담당 임원은 "JB 펀드는 현지 운용사가 부동산 물건을 발굴(딜 소싱)해오면 국내 운용사가 계약하는, 사업 구조가 거꾸로 된 특이한 형태"라며 "그러다 보니 현지 운용사의 신용, 운용 능력에 대한 검증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KB금융과 하나은행은 왜 JB운용의 펀드를 팔았을까. KB증권 관계자는 "호주 정부의 보증(호주 부동산펀드), 장애인 임대주택사업이란 좋은 취지, JB운용의 대체투자 강점 등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판매사의 내부 상품심의위원회에서 걸러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입장이다. JB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도 본다.

금융당국은 펀드환매 연기가 이어지자 지난 5월 해외부동산 펀드 관련 점검에 나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부동산펀드의 설정 잔액은 56조1799억원(6월 29일 기준)에 달한다. 1년 전(45조6250억원)과 비교하면 10조원, 2년 전(33조5983억원)에 비해서는 23조원이나 급증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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