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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BOE가 핵심 부품까지 자급?… '소·부·장 굴기' 드러내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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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1년] ②
LCD패널서 한국 밀어낸 中 BOE 가치사슬 확장
OLED 키우면서 자회사 통해 센서 자급에 박차
중국판 소·부·장 육성책 ‘공업강기' 사업 가속화
전문가 ", 극일 넘어 글로벌 ‘넘버 원’ 기업 키워야"

#1. LCD(액정표시장치)에서 한국을 꺾고, 세계 1위로 부상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는 최근 퀄컴의 지문센서를 활용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BOE는 OLED에서도 한국을 따라잡고, 그안에 들어가는 모든 센서도 자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자회사 베이징BOE센서기업(北京京东方传感器)이 있다. 이미 BOE의 LCD 패널에 들어가는 센서 대부분을 납품하며 OLED 관련 기술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육성 전략’인 ‘공업강기’(工業强基) 사업 ‘한마리 용’ 프로젝트 시범 육성 대상으로 지난해 지정됐다.

#2. 미·중 갈등이 지속, 장기화하자 최근 중국에서는 쥐광커지(聚光科技)라는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자립을 막기 위한 첨단 장비 수급이 막힐 우려가 커지면서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체 레이저 등을 활용한 검측장비를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는 안을 준비 중인 것이다.

조선비즈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기업 BOE의 한 연구원이 LCD 기술을 점검하고 있다. /BO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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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배경이 된 중국의 제조2025. 부품·중간재의 70~80%를 자체 생산·공급하고 2035년엔 선진국(일본·독일)을 추월, 중국이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자리잡겠단 야심 찬 계획이다.

제조2025 중에서 핵심과제로 알려진 반도체 자립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5대 중점사업의 하나로 들어가 있는 ‘공업강기’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업 기초 역량을 강화한다는 공업강기는 쉽게 말해 ‘중국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육성 전략’이다.

중국의 소·부·장 야심은 2015년 5월 제조2025가 발표되기도 전인 2013년부터 본격화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는 당시 ‘공업강기 전문 프로젝트행동 전개에 관한 통지’를 공포하고 △핵심기초재료 △핵심기초부품 △선진기초공정 △산업기술기초 등 ‘4개 기초’에서 핵심기업으로 육성할 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옥석가리기’를 진행했다. 공업강기 프로젝트는 정부를 대신해 국가제조업혁신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으로 국산 장비의 사용을 촉진하는 것도 대표적인 공업강기 사업이다. 실제 중국 기계장비 산업의 고향으로 불리는 랴오닝성의 기업들이 처음 국산화해 보급할 때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첨단 기계장비 대상은 지난해의 경우 20개 기업이 개발한 70개 장비로 2015년 5개사 15개 장비에서 급증했다. 랴오닝성만 해도 이를 위한 정부 보조금 규모가 같은 기간 2274만위안(약 38억원)에서 1억 6000만위안(약 272억원)으로 불어났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는 "우리 정부가 2019년 일본 수출규제를 기점으로 소·부·장 기업 본격 육성을 시작했다면, 중국은 2013년부터 기업들간 경쟁을 붙여 소위 ‘될 기업’들만 집중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해 벌써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BOE센서기업과 쥐광커지는 수년간 이어져 온 중국 정부 지원의 결실인 것이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중국마저 소·부·장 굴기(崛起·우뚝 섬)에 나서자 ‘원조 소재강국’ 일본은 긴장하고 있다. 이에 최근 범정부 차원으로 어떻게 강한 소재를 더 강하게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제산업성·문부과학성이 공동 작성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측은 주요 산업·기술 혁신 부문에서 소재 중요성이 커지고 후발 국가의 추격이 빨라지면서 혁신 전략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 수출 산업에서 핵심인 소재 부문의 대처가 향후 경제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부·장 육성방향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그 목표가 극일(克日)에 매몰돼 있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덕근 한국기술거래사회 수석부회장은 "한국 소·부·장 업계가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성장할 호기를 맞았다"며 "중국·일본처럼 ‘글로벌 넘버 원 소·부·장 기업’을 향한 절박함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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