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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기고] 대한민국 '반도체 굴기' 위한 민·관 공조 더욱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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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 뉴스1


(서울=뉴스1)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 개인 간에는 물론, 국가 간에도 협상이 필요할 때가 있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주고받는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한쪽이 요지부동이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일부 품목에 대해 수출 제한을 검토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단행했다. 일본이 통보한 수출 제한 품목 중에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재작년 11월에도 일본이 불화수소 수출을 일시 중단한 적이 있어 우리 업계와 정부는 일본의 추가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 왔다. 이들 품목은 대부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당장 국산화를 하기에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어서 일본이 실제로 수출을 규제할 경우 우리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공식·비공식적으로 일본 정부 및 업계와 다각도로 협상을 추진했다. 우리는 전 세계 반도체 최대 공급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일본측과 성실히 협의해 왔지만 일본 정부의 태도는 완강했고 한국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역사에서 승자는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 온 자의 몫이었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국제경제의 가치사슬에 가해진 충격에 속만 태우고 있기보다는 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 다각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갔다. 세계 반도체산업의 리더이자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산업인 한국 반도체산업이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정부와 협력하여 우선 수출 규제 품목의 국산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해당 품목의 최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아울러 3대 품목 관련 생산설비 신·증설에 즉각 착수했다. 수요 대기업도 일본 기업에만 의존해서는 언제든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국내 중소·중견 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정부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긴급히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생산설비 신·증설에 대한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등 업계의 노력을 적극 지원하였음은 물론이다.

또한 업계와 정부는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국산화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들을 낱낱이 파악해 시급히 개선했다. 신속한 연구 개발을 위해 연구 개발자들에게 주 52 시간 근무의 예외를 인정해주고, 신성장 연구 개발 분야의 투자에 대해서는 법인세 감면을 시행하였다. 특히, 해외 공급망 자체를 우리 손에 쥘 수 있도록 반도체 관련 해외기업을 인수·합병할 경우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파격적인 조치도 취했다.

일본 수출규제 발표 이후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그로 인한 생산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은 3대 수출규제 품목 국산화에 착실히 성공해 나가고 있는 반면,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일본 내부에서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자승자박(自繩自縛)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였다.

우려했던 피해 없이 국내 소재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업계와 정부의 긴밀한 공조에 기인한 바가 크다. 국가적인 난관을 맞았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공조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반도체 업계는 할 일이 많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를 놓고 격렬한 패권경쟁을 하고 있고,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미국이나 중국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

인력을 양성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물론, 끊임없이 새로운 생산 설비를 갖추는 일까지 하나하나 막대한 돈이 들고 시간이 든다. 뒤쫓는 자들은 치고 올라오고, 앞서 있는 자들은 멀리 도망간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틈이 없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정부와 산업계가 손을 맞잡고 더욱 적극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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