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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핫이슈] 주식 양도세 도입 논란…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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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상장 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물리겠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된 뒤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일반투자자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연간 2000만원이 넘는 투자 차익을 남긴 경우에만 양도세를 물리는 것이라며 개미투자자에게 폭탄을 투하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하루하루 양파 껍질 벗기듯 드러나는 세부적인 지침들이 당국의 말처럼 그리 쉽게 소액투자자들에겐 괜찮다고 할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주식 양도세제 개편을 발표한 뒤 "개미가 독박을 썼다"든가, "기관.외국인만 웃는다"든가 하는 지적이 나오자 세제개편을 주도한 기획재정부는 "과세 합리화를 위한 것"이라면서 "세수 중립적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양도세 징수와 함께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데 거래세의 70%를 개인이 부담하고 있어 혜택이 개인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또 주식투자자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570만명이 소액투자자로서 양도소득세 추가부담 없이 거래세 인하로 인한 세부담 경감 혜택만 받는다고 주장했다.

얼핏 들으면 맞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속담처럼 개별투자자로 보면 거래세는 매 거래마다 부과되는 것이어서 절반으로 부담이 줄더라도 여전히 세금을 내야 하는 데 비해 양도세는 그동안 물지 않던 것을 새로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이는 것이고, 실제로 그런 사례 발생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주식 양도세를 매달 원천징수했다가 연말 기준으로 정산해 환급해준다는 것이어서 논란은 커지는 모양새다.

그런 내용을 포함해서 주식 세제개편안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제기되는 불만에도 일리가 있다. 비판은 크게 세 갈래로 제기된다. 주식 투자소득에 대해 20% 양도소득세를 물리더라도 증권거래세를 없애지 않고 양도세만 신설하는 건 이중과세라는 게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주식.펀드 양도세를 매달 원천징수 방식으로 떼어 가는 것은 나중에 손실이 발생해 돌려받게 되더라도 당장 투자원금을 줄이게 되는데다 환급 신청을 하는 불편함까지 가중시키고 환급 신청을 빠뜨리기라도 하면 미리 낸 세금을 돌려받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2000만원까지 양도세를 공제해주는 개별 주식투자와 달리 펀드 투자에 대해서는 아예 조금이라도 차익이 생기면 떼어간다는 게 펀드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이중과세 문제는 거액 개인투자자들이 타격을 받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것일 뿐이라는 기재부의 논리를그대로 수긍하더라도 부동산 투자 차익에 대한 과세와 견줄 때 주식투자 양도세가 과도하다는 젊은층의 불만은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현재 젊은층이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덩치 큰 주택 등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되지 않아 주식으로라도 재산 형성을 해야겠다는 심리가 팽배한 까닭이다. 주택에 묻어둘 수억원대 뭉칫 돈이 없으니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인데다 부동산에선 1주택자라면 수억원 차익도 양도세를 물지 않고 거둘 수 있는데 주식에선 투자수익이 2000만원만 넘으면 과세한다는 게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요즘 강화되는 부동산 규제는 수천만원이라도 생기면 종잣돈 삼아 대출을 끌어안고 주택을 사거나 청약해서 내집을 마련하려던 젊은이들이 핵심지 주택에 접근하는 길을 하나하나 차단하는 모양새다. 그러니 젊은층이 상대적 박탈감에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욱이 주식 양도세를 매달 원천징수한다는 발상은 너무하다. 현재의 시스템 수준이라면 연 단위 정산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당국이 굳이 월단위로 원천징수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굳이 그렇게 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소상히 설명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당국은 그런 기본을 무시했다. 세금을 부담하는 개인투자자가 연말에 정산하는 과정도 복잡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자칫 실수하거나 누락하기라도 하면 손해를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형태도 불만이 안될 수가 없다. 시스템을 잘 갖춰서 편리하게 연단위로 정산하게 하면 될 것을 굳이 개인들에게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투자원금까지 묶으려고 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금융당국이라면 당연히 시장 활성화를 해야 하는 입장일텐데도 반대로 핸들을 꺽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펀드 양도세에 대한 차별은 더 극적이다. 사실 이번 주식 양도세 징수안은 정부가 스스로 과거의 정책 방향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어이가 없기도 하다. 그동안 정부가 취해왔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과도 배치된다는 얘기다. 사실 정부는 과거 개인들의 직접투자가 외국에 비해 너무 많아 투자기간이 단기화하고 시가총액이 낮고 위험이 큰 테마주 투자로 기울면서 주식시장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펀드를 중심으로 한 우량주 간접투자를 장려해왔다.

그런데 이번 주식양도세제 개편에선 국내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해 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소액이라도 이익이 나면 20%를 그대로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해외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에 대해 250만원 투자이익까지는 공제를 해주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심하게 차별을 하는 셈이다.

투자 이익에 대한 양도세 과세 시기도 펀드.채권.파생상품은 2022년부터로 주식 양도세 과세 시기인 2023년에 비해 한 해 먼저 시행된다. 즉 2022년에 주식에 투자해서 이익을 올리더라도 양도세를 물지 않는데 같은 해에 펀드 투자에서 이익을 남겼다면 곧바로 2022년에 매월 개인별로 원천징수했다가 2023년에 연말정산 형식으로 환급을 받게 된다. 주식에 투자해 남긴 이익은 2023년부터 매월 원천징수했다가 2024년에 정산해서 환급 받을 수 있다.

결국 국내 펀드에 투자하느니 차라리 해외주식이나 하다 못해 직접 개별종목 투자를 하는 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셈이어서 금융투자업계에선 2023년에 개편된 주식 양도세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펀드 환매가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공모펀드 고사 사태로 비화할 지 모른다며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고개를 들었다.

공모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는 종목을 잘 모르면서 소문에 휘둘리는 개인이 직접투자를 하면서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고 전문가들이 운용하는데 맡겨 장기투자를 활성화시키도록 한 장치라는 게 오랫동안 정부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홍보해 오던 내용이다. 특히 코스피에 직접 연동돼 움직이는 ETF는 '한국 경제 성장에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투자를 장려했던 터다. 그런데 정작 주식투자 양도세제 개편 과정에서는 오히려 펀드나 ETF보다는 개별 주식을, 국내 주식보다는 해외주식을, 국내 ETF보다는 해외ETF를 사라고 정부가 나서서 부추기는 꼴이 되어 버렸다.

물론 이 같은 과세 방안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가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서 7월 하순께 최종 확정안을 만든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허탈해 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당국이 귀담아 듣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정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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