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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코로나19가 앞당긴 인류의 분기점...자본주의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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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거대한 분기점

■폴 크루그먼 外 7인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양극화 부작용 ‘자본주의 위기’ 인류의 분기점

철폐 아닌 수정 강조···복지 자본주의 등 대안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접근법

서울경제


붕괴될 것인가 더 번영할 것인가.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거대한 분기점. 지금 인류는 그 앞에 서 있다. 신간 ‘거대한 분기점’은 세계 석학 8인이 이 분기점 앞에 선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놓은 냉철한 현실 진단과 제언을 엮은 책이다.

분기점의 시작은 자본주의의 위기다.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자본주의는 구조화된 빈곤층을 쏟아내며 불평등 사회를 고조시켰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토마스 프리드먼은 “평균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단언한다. 2차 세계대전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지극히 평범한 능력만 있어도 누구나 평균적인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자본주의가 기술 혁신, 세계화, 기후 변화에 속도를 붙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인가. 이 질문에 석학들은 저마다의 대답을 내놓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부의 극단적 집중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온다”면서도 “자본주의를 대체할 시스템은 없다”며 자본주의의 맹점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선진국들이 도입하는 복지 자본주의가 대표적 예다. 크루그먼은 자본주의처럼 이윤 동기·자기 이익·시장 같은 요소에 근거하되, 규제와 세금·국가의 급여금 제도를 통해 ‘자본주의의 조잡함을 세련되게 만드는 시스템’이 복지 자본주의라고 설명한다. 체코의 대표 경제학자 토마스 세들라체크도 “자본주의는 비판받기를 원하며, 지금까지 그 원동력으로 진화해왔다”며 ‘자본주의 수정·교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테크놀로지의 급격한 발전은 자본주의의 부작용인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발전의 혜택이 각 층에 고루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은 “자본가와 노동자뿐 아니라 노동자끼리도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내에서도 화두로 떠오른 ‘기본 소득’ 도입에 대해서는 석학들 대부분이 공감의 뜻을 내비쳤다. 빅데이터 연구의 권위자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는 “기본소득은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킬 수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도입 여부와 실행 방법은 석학마다 각기 다르다.

일본 출신 국제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7인의 서구 석학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보니 일본 사회에 대한 진단 내용이 비중 있게 다뤄지기도 한다. 한국어판 단행본에는 원서에 없는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원고가 추가됐다. 1만 5,8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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