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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기자수첩] 언론 통해 여론전 나서는 서울중앙지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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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간 갈등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사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공개적으로 윤 총장의 지휘를 거부하겠다고 나섰고, 대검찰청은 오히려 수사팀이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앙지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관련 절차를 중단하고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은 그 이유로 "사실관계와 실체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자문단을 소집할 경우 시기와 수사 보안 등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면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 제고 조치를 건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지검이 언론에 이같은 요청 사실을 공개한 이후 대검은 즉각 중앙지검의 요구를 거부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대검은 "구속영장 청구 방침까지 대검에 보고했으면서 이제 와서 실체적 진실과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범죄 성부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는 인권 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사실 이번 중앙지검의 공개 항명 사태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기자와 고위급 검사 간 유착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이 되려 언론을 이용해 공개적으로 대검에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언유착 수사를 한다는 중앙지검이 검찰총장에게 항명했다고 대놓고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언론을 이용한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앙지검이 언론을 통해 여론전을 펼친 날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개인 정보 불법 조회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 기준은 변하는 여론이 아니라 헌법, 사회상규, 공동지식 등과 이를 이성적, 법률적 언어로 정리한 법"이라고 했다.

검언유착 수사와는 다른 사건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중앙지검도 이 말을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중앙지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언론을 이용한 여론전을 하기보다, 헌법과 사법체계를 기준으로 공정하고 올바른 수사를 진행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정민 기자(j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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