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김광일의 입] 추미애 ‘결단’, 문 대통령 ‘개입’, 윤석열 파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당은 어제 국회에서 예정에도 없던 법사위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은 ‘결단’을 말했고, 박범계 의원은 대통령의 ‘개입’을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거의 막바지에 왔다는 뜻인가?

추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을 곧 하겠다."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서로 짜고 사건 관련자에게 강요를 하려고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충돌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렇게 덧붙였다. "조사를 신속히 끝내면 제가 책임지고 지휘 감독을 하겠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특임 검사가 맡는 방안도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추 장관에게 여러 차례 이렇게 물었다. "(윤 총장에 대한) 지휘 감독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런데 박범계 의원은 이런 질문을 했다. "일국의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께서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냐."

정말 듣는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아무리 여당 의원이라고는 하지만 그 사람도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인 것이고, 입법기관이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가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 그것도 법사위에서 대통령을 가리켜 ‘일국의 최고 통치권자’라고 극존의 표현을 썼다. 북한에 최고 존엄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나, 조선시대 임금을 모셨던 신하들의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소름이 돋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몇 배 더 중요한 것은 여당 의원이 ‘대통령의 개입’을 말했다는 점이다. 검찰총장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드는 길은 대략 3가지 정도다. 첫째 ‘검찰총장’이라는 보직을 박탈하는 방법, 둘째 징계절차를 통해 검사직에서 해임하는 방법, 그리고 셋째는 탄핵 절차를 통해 파면하는 방법이다.

먼저 보직 해임이 절차상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공무원의 보직 임명과 해임에서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받고 있다. 재량권 행사에도 그럴만한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검찰청법 등에는 검찰총장직 해임 사유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다. 최근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놓고 "명을 어겼다" "지시를 잘라먹었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나름대로 윤 총장의 직무 태만 가능성, 그리고 ‘해임 사유 만들기’의 일환이 아닐까 하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해임의 최대 걸림돌이 되는 건 검찰청법 12조 3항이다. 여기엔 검찰총장 임기가 ‘2년’이라고 못 박혀 있다. 이렇게 돼 있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임면권을 가진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검찰총장이 공무원 징계 해임 사유에 상응하는 수준의 잘못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법적으로는 해임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만 176석 슈퍼 여당이 검찰청법 12조3항을 고치려고 나설 수는 있겠다.

둘째는 윤석열 총장의 검사직 자체를 박탈할 수 있다.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절차를 따르면 된다. 평검사에 대한 징계청구는 검찰총장이 하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권자는 법무부 장관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구 이후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징계위원회가 징계 여부와 징계 수위를 심의·의결하고 그 결과에 따른 징계를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제청할 수 있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한다. 정치활동 금지를 위반했을 때, 업무를 태만히 했을 때, 품위를 손상했을 때 징계할 수 있다.
세 번째 윤석열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하는 방법은 탄핵이다.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는 판사와 마찬가지로 탄핵이 아니면 파면될 수 없다. 정치적 독립성 유지를 위해 신분이 특별히 법률로 보장되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면 탄핵소추안 발의가 가능하고 재적 과반수가 찬성하면 탄핵소추가 이뤄진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최종 결정이 되는 탄핵 절차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와 관련해서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다면 첫 번째 해임, 두 번째 검사직 박탈이 가능하다. 추미애 법무 장관은 그 해임 사유, 박탈 사유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박범계 의원은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냐고 물은 것이고, 추 장관은 이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